“중소기업은 안전한 담보대출이 대부분인데도 매출이 떨어지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서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금융권의 영업행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729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지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가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3고)에 원자재 가격 폭등, 인력난 등이 겹치는 복합위기가 닥치자 중소기업을 차별하는 불합리한 대출 관행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전년 대비 34% 증가한 1조3823억원에 이르는 '나 홀로 돈 잔치'를 벌이며 이 같은 논란에 스스로 불을 댕겼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오르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중소기업은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대출금리가 더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5~17일 중소기업·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고금리 관련 중소기업 금융애로 조사결과'를 보면 올해 1월 대출금리는 5.6%로 지난해(2.9%)와 비교해 2.7%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 인상 폭(2.25%P)을 훨씬 웃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신용평가가 낮아진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신용평가가 더 크게 하락했다. 신용이 낮아지면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과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경영 악화 등은 신용평가에 일정 기간 반영하지 않는 유예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좀 더 근본적으론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금융권의 수익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상업은행에 기업의 투자 길을 열어 주면 비즈니스모델(BM)을 다각화해서 금리인하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은 이자수익이 9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국가 위기에서도 금리인하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금리보다 높은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고, 기업은 대출이 아닌 건전한 자금으로 성장하는 윈윈 모델 구축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권이 전격적인 대출금리 인하 등을 통해 '중소기업 회복'이라는 수레를 끌면 정부는 뒤에서 이차보전, 금리인하 요구권 등 금융대책 강화로 밀며 화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 3월 말 시행 예정인 이차보전은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금리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지원 규모와 정책 대상 확대가 필요한 사업이다.
중소기업계는 은행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사회 환원책이 가장 절실한 금리인하와는 동떨어진 대책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늘어난 대출잔액에다 설상가상으로 고금리까지, 중소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인하'라는 우산을 펴야 할 때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