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성경책이 5월 경매에 등장을 예고한 가운데, 역대 최고가 고문서 낙찰 기록을 세울지 주목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더비는 1100년 된 히브리어 성경책, 이른바 ‘코덱스 사순'이 오는 22일 영국 런던에 전시된 뒤 오는 5월 뉴욕 경매에 부쳐진다고 밝혔다. 추정 가격은 3000만~5000만 달러(385억~642억 원)다.
1929년 수집가인 데이비드 솔로몬 사순이 600년 만에 다시 발견하면서 ‘코덱스(고문서) 사순’라는 별명이 붙은 이 성경책은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고문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경 사본인 ‘사해문서’(사해 인근 쿰랄 동굴에서 발견한 구약성서 사본 및 유대교 관련 문서)가 두루마리에 적힌 필사본 형태인데 반해 ‘코덱스 사순’은 이스라엘의 한 박물관에 보관된 ‘알레포 코덱스’와 함께 책의 형태를 갖춘 가장 오래된 성경이다. 아울러 1947년 화재로 절반 가까이가 소실된 알레포 코덱스와 달리 ‘코덱스 사순’은 단 12장만 빼고 온전한 상태다.
코덱스 사순의 추정 제작 시기는 9세기 후반 또는 10세기 초반이다. 396장의 양피지를 묶은 두께 13cm, 무게 12kg의 초대형 서적이다. 모두 24권의 소책자로 구성됐으며 유대인들에게는 ‘타나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구약성서도 포함돼 있다. 유대인의 구전을 현대 히브리어 성경과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11세기 초 칼라프 벤 아브라함이라는 남성이 처음 판매한 코덱스 사순은 13세기까지 시리아 북동부의 한 시너고그(유대교 회당)에 봉헌됐으나, 1400년 티무르 제국의 공격으로 이 회당이 완전히 파괴된 이후 600년 가까이 행방이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다 수집가 데이비드가 1929년 구입하면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후 1978년 영국철도연기금에 32만달러에 팔렸다가 11년 뒤 310만달러에 다시 레바논계 스위스 은행가 가문의 재키 사프라에게 판매됐다.
코덱스 사순이 이번 경매에서 얼마에 낙찰될 지도 관심이 쏠린다. 추정 가격은 우리돈으로 최대 642억원이지만 통상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이보다 비싸게 낙찰되기 때문에 최고가 고문서 낙찰 기록을 깰 수도 있다.
현재 책·고문서 최고가 기록은 2년 전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켄 그리핀이 낙찰받은 미국 헌법 초판본이다. 당시 미국 헌법 초판본은 추정 가격보다 1500만 달러 더 비싼 4320만 달러(약 554억원)에 낙찰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