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발전으로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전환(DX)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 중견 가전업체들도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기술을 활용해 내부 전략부터 조직, 프로세스, 시스템 등 기업 전반 운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전 수요 부진 탓에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DX를 가속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가전업계 DX 가속 열풍
가전업계에 DX 바람이 불고 있다. 코웨이는 최근 차세대 전사자원관리(ERP) 구축 1단계를 완료하며 내부 시스템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2월 차세대 ERP 구축 첫 단계로 노후화된 SAP 전환 프로젝트에 착수해 이달 새로운 SAP ERP 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이다. 신규 시스템 적용으로 재무, 구매, 회계, 물류, 생산, 영업 등 회사 경영 전 분야 컨트롤 효율성을 높이고, 빅데이터 관리·활용력도 강화한다.
청호나이스는 지난해부터 사내 그룹웨어, 전산 등 네트워크를 일원화해 IT 인프라 개편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현장 방문판매 인력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자체 개발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외주 시스템은 유지 보수 등 비용 부분 리스크가 컸다. 사내직원과 방판직원간 데이터 공유 등도 원활하지 않았다. 이에 자체 시스템을 개발해 장기적으로 유지 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현장과 본사간 지원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구본학 쿠쿠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 강화'를 언급하며 DX를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올해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자재, 물류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한 창고관리시스템(WMS)을 도입할 예정이다. 쿠쿠 IoT 시스템도 신규 구축한다.
최근 로봇청소기, 써큘레이터 등 생활가전 제품들을 대거 출시함에 따라 밥솥, 정수기에 일부 적용됐던 IoT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해 IoT 가전 시대에 대응한다. 렌털 시스템도 개편해 영업·렌털간 데이터 공유, 재고 관리 등 업무 효율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가전업계 사례처럼 국내 산업계가 DX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8개 주요 산업군 중소기업 1650개사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42.7%가 DX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업 25.8%는 현재 DX를 추진 중이며, 52.9%도 추진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불황에도 멈출 수 없다…“IT가 곧 경쟁력”
가전업계가 불황에도 IT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싣는 이유는 DX를 발판삼아 운영 효율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초기 투자비용을 감수하고라도 네트워크 고도화 등을 통해 영업, 생산, 재무 등 경영 전반 관리 효율을 높일뿐만 아니라 자체 IT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 프로세스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성장 요소를 발굴한다는 목표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확산된 디지털·비대면 시스템은 가전업계 DX 촉매제로 작용했다. SK매직은 지난해 전사 IT 시스템을 개편하며 DX 열풍에 발 맞췄다. 이른바 '차세대 STORM 프로젝트'로, 전사 IT 시스템을 모두 재개발하는데 수백억원을 투입한 창사 이래 최대 규모 IT 프로젝트다. 생산·영업·물류 관리 등을 통한 업무 효율화뿐 아니라, 데이터 활용을 통한 위기관리, 고객 전략까지 수립한다는 목표다.
코웨이는 DX센터 인력을 대거 채용하며 현재 인력을 설립 당시 대비 두배 이상 확보했다. 코웨이는 2년 전 통합 IT 전담조직인 DX센터를 설립하며 DX에 착수했다. 기존 IT 부서를 확대 재편한 조직으로 IoT, 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제품과 서비스플랫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홈 시대에 대응하고 디지털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AI, IoT, 빅데이터,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을 늘려가고 있다.
업계는 단순 디지털 기술 도입에서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차별화된 고객경험(CX)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사내 IT화를 통한 비용절감, 업무 효율화에서 나아가 업무 현장, 고객 대응 등 측면에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DX에 대한 이해도 향상, DX 시스템 구축 및 활용력 향상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 거센 DX 흐름 속 높아진 고객 눈높이에 맞춰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고객경험 제공, 고객 니즈 발굴, 대응 체계 구축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