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CL과 하이얼이 가전 업계 최초로 스마트홈 표준 '매터(Matter)' 인증을 받았다. 업계 최대 화두인 '연결성' 확보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추이를 관망하며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단체 커넥티비티스탠다드얼라이언스(CSA)에 따르면 최근 TCL과 하이얼은 자사 TV와 에어컨에 대한 매터 1.0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10월 표준 발표 후 가전제품이 인증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CL이 매터 인증을 받은 제품은 QLED TV '55SD111-NA' 모델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기반 4K 화질을 제공한다. 이르면 상반기 내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얼 역시 벽걸이 에어컨 'KFR-35GW·17EAA81U1' 모델에 대한 매터 인증을 완료했다. 소규모 공간에 적합한 에너지 1등급 제품으로, 최근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CSA가 발표한 매터 1.0 버전은 현재까지 약 700개 기기·소프트웨어(SW)가 인증을 받았다. 표준 적용 대상은 스마트전구, 도어락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스마트홈 플랫폼, 운용체계(OS), 가전(TV·에어컨)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인증 품목은 스마트전구나 스마트콘센트,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앱)뿐이 었다. 최근 TCL과 하이얼이 움직이면서 스마트홈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자사 주도 스마트홈 생태계가 공고한데다 복잡한 기능 때문에 매터 적용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엎고 이들이 먼저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매터를 적용하면 구글(구글홈), 애플(애플홈팟), 삼성전자(스마트싱스), LG전자(LG씽큐) 등 플랫폼 종속 없이 IoT 기기를 연결·제어할 수 있다.
중국 가전 업계가 선제적으로 매터 적용에 나선 것은 연결성을 활용해 가전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용자 수가 많은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 스마트홈 플랫폼과 자사 제품간 연결성을 확보, 사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TCL은 삼성, LG, 소니에 이어 글로벌 TV 시장 4위 업체다. 하이얼 역시 세계 최대 에어컨 시장인 중국에서 톱3 안에 들고 있다. 이번 매터 인증은 가전 시장 수요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업계 최대 화두인 '연결성'에 선제 대응한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중국 가전 업계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두 업체는 스마트홈 플랫폼과 TV OS에 대한 매터 인증은 완료했다. 다만 제품에 대한 인증은 신중한 상황이다.
삼성과 LG는 글로벌 TV 시장 1, 2위다. 이를 바탕으로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 경쟁력을 키워왔는데, 구글이나 아마존 등 플랫폼과 연동되면 고객 이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TV는 리모컨이 존재해 표준 적용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한몫했다. 여기에 삼성과 LG는 매터 외에 15개 가전업체가 모여 별도 제품 연동 작업을 진행 중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학용 IoT전략연구소장은 “중국 가전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은 가전 수요 둔화 등 시장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결성을 강조한 제품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삼성과 LG는 현재 관망 중이지만, 오는 6월 CSA가 신규 매터 버전을 발표하면서 적용 대상 가전을 확대할 계획이라 본격적인 인증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 '매터' 인증 현황>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