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전문가들 "자녀의 성적 부진 해법은 멘털관리에 있다"

불안감·무기력감·집중력 장애
근본·기본 멘털 재정비 필요
학부모 대상 상담·교육도 중요
정서적 상호관계 되돌아봐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13~18세 가장 큰 고민

신학기가 되면 학교 앞 카페 매출이 오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신 교육 정보를 탐색하려는 엄마들의 커피 모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학부모 두 명 이상이 모이면 예외 없이 '교육'이 대화 주제가 된다. 학부모는 자녀 교육에서 승자가 되겠다는 열망을 안고 오늘도 '성적향상' 비법을 찾으려고 분투한다. 그러나 학부모 기대와 달리 성적이 오르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 대다수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기 전에 한 가지 먼저 살펴야 할 것이 있다. 아이의 마음 상태다. 에듀플러스는 전문가를 통해 성적 부진을 겪는 학생의 구체적 사례에 대한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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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하나. 극심한 성적 부진을 겪고 있던 중학교 3학년 지수(가명)는 자신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글로 적어냈다. 자존감이 바닥이다. 패배주의에 빠졌다. 여유가 없고 빡빡하게 생각한다. 한 번 자면 좀처럼 수면시간을 조절하지 못해 9시간을 채워서 잔다. 하루 종일 우울감에 빠져 있다. 갑자기 불쑥 눈물이 난다. 남들 앞에 서야 할 때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항상 피로하며 전처럼 힘도 나지 않고 사고력도 많이 떨어져 있다. 하루가 단순하게 느껴진다. 시간 자체가 허무하게 느껴져서 뭔가 노력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사례 둘. 고등학교 1학년 선주(가명)는 자신이 흥미를 두지 않고 관심 없는 일은 하기를 싫어한다. 하기 싫은 일은 금방 포기한다. 좋아하는 과목에만 흥미를 갖다 보니 성적이 좋지 않다. 집중력이 약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못한다.

◇청소년 고민 1위 '공부'…중·고생 3명중 1명 '평소 스트레스'

2022년 통계청 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18세 청소년의 가장 큰 고민은 '공부'(50.8%)다. 같은 해 통계청이 공개한 청소년 관련 통계에서 중·고교생 38.8%가 평상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청소년도 26.8%다. 이러한 통계는 위 두 사례가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전문가는 성적부진 원인은 다양한 요소가 혼재돼 이를 해결하려면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묵희 연세성적향상클리닉 원장은 지수 사례를 언급하며 “우울감, 무기력감, 수면장애, 피로감 등이 성적을 저하시킨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수와 같은 유형의 학생들은 '근본멘털구조(Fundamental Mental Structure)'를 개선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행동·감정·이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본멘털구조는 출생 후 부모·가족과 관계를 비롯한 성장기 경험이 축적된 한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말한다. 이런 학생은 공부에 앞서 불안감과 스트레스 원인인 근본멘털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박 원장 설명이다.

선주처럼 관심 여부에 따라 학습 흥미도가 다르고 집중력 장애까지 보일 때는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까. 이 경우 근본멘털구조뿐 아니라 '기본멘털구조(Basic Mental Structure)'도 들여다봐야 한다. 기본멘털구조는 학습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감각과 사고 틀을 뜻한다. 보고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등 기본 구조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기본멘털구조가 부족한 학생의 경우는 학습량만 늘려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전문가는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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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상호 관계 안정화되면 '성적향상'도 가능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자주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익힌 뒤 학습 동기와 수업 태도가 나아진 사례도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정후(가명)는 담임 선생님에게 주먹을 휘두르다 일주일 등교정지 처분을 받았다. 해당 학교를 관할하는 서울시동부교육지원청은 학습도움센터의 학생 맞춤형 지원을 결정했다.

정후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화가 날 때는 언제인지 등 구체적인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글로 쓰는 연습을 했다. 감정 조절 연습을 한 후 정후의 생활 태도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학습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학습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후를 담당한 이해진 언어인지연구소 '민들레' 소장은 “아이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후처럼 기쁨, 슬픔, 분노 등 감정 조절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일상 생활에서 여러 문제를 겪게 되는 것은 물론 학습 부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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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 문제로 학습 부진까지 이어진 초등학교 3학년 정후(가명)가 자기 인식 활동 과정에서 그린 그림. 자료=언어인지연구소 민들레

전문가는 학부모가 자녀 성적 부진의 처방으로 무턱대고 학원 보내기, 야단치기, 독려하기 등 방식을 선택하기에 앞서 자녀와 정서적 관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부모와 안정된 정서적 관계는 공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학습 능률을 높이는데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성적향상을 위해 가장 먼저 아이가 학습을 시작하기 전 어린 시절 정서적 상호 관계를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과정 없이 학습량만 늘리는 방법으로 성적 향상을 꾀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자녀가 성적 부진을 겪는다면 학부모도 상담과 교육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저서 '공부상처'에서 '아이가 학습 환경으로부터 받는 상처는 빈곤이나 가정불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고, 학습 동기 측면에서 받는 상처는 대부분 관계 문제에서 생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모가 아이가 바라는 관심과 욕구, 존중을 통해 사기를 진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부모와 자식 간 관계가 좋아지면 공부 태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를 존중하고 꾸준한 대화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송은 에듀플러스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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