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내식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SSM는 9분기 만에 매출이 성장세로 돌아섰고, 대형마트도 물가 안정을 위한 할인 행사에 집중하며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국내 SSM 업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6% 증가했다. 2020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 온 매출 감소세를 끊고 9개 분기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0.2% 역성장했지만 10월부터 성장세로 돌아선 후 외형 확대가 지속됐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역시 물가 상승이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5.5% 늘었다. 11월 9.2%, 12월 8.4% 등 연말에 실적을 대폭 끌어올리며 연간 신장률 1.4%를 웃도는 외형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식품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하며 가전 매출 감소분을 상쇄했다.
대형마트와 SSM 등 오프라인 장보기 채널의 매출 성장은 외식물가 상승으로 집밥을 찾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 100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9개월째 5%대 이상의 고공행진을 이어 가며 물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산업부도 유통업 매출 동향에서 “물가 상승에 따른 외식수요의 내식 전환 등이 맞물리며 가공식품·신선·조리식품 분야에서 매출이 상승했다”고 짚었다.
이에 대형마트와 SSM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내세우며 할인 행사에 적극 나섰다. 내식 수요를 겨냥한 먹거리와 간편식, 생필품 등 필수소비재 중심으로 할인 횟수 및 규모를 대폭 늘렸다. 이마트는 이달부터 '더 리미티드'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새로 가동한다. 분기별 주요 신선·가공·생활용품을 선정해 최저가 수준으로 선보인다. 이마트는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임했다. 이는 미국 경제침체 위기 당시 월마트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다. 이마트가 물가 안정의 첨병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다.
근거리 신선식품 소비 채널에 강점이 있는 SSM도 물가 안정 행사에 들어갔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월 1개월 동안 주요 인기 상품을 파격가에 선보이는 '가계절약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식품과 생필품 등 물가 안정 10대 품목을 선정, 최대 50% 할인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와 SSM 채널 강세는 외식 물가 상승 등의 영향에 따라 외식 수요가 감소하고 내식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라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내식 수요 증가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