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마케팅은 데이터 과학에 기반한 고객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트렌드에 민감한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 고객에 대한 이해가 필수가 된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은 리프트오프의 앱 마케터 커뮤니티 ‘모바일 히어로즈’와 함께 ‘[모바일 히어로즈와의 토크]’라는 기획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 최전선에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마케터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그 네 번째 시간으로 지그재그 CRM 팀의 김민규 마케터와 클래스101 퍼포먼스팀 김영민 리드를 만나봤다.
-맡고 있는 앱과 하는 업무에 대해 소개한다면.
▲김민규=카카오스타일의 서비스 ‘지그재그’는 내가 관심 있는 모든 스타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스타일 커머스 앱입니다. 1만3000개 이상의 쇼핑몰과 브랜드를 한 플랫폼에 모아 보여주는 국내 1위 여성 패션 앱으로,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로 고객들에게 영감을 주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저는 CRM 팀에서 ‘고객 유입과 구매 Retention 최대화’를 목표로 고객 세그먼트를 다양하게 정의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습니다. 각 세그먼트별 유입과 구매 전환을 높일 수 있는 CRM 액션을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영민=클래스101은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이라는 비전 아래, 일반 대중들이 다양한 분야,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의 온라인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퍼포먼스 마케팅과 CRM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였던 커리어를 살려 내·외부 데이터 분석을 통한 효과적인 예산 분배 즉, 데이터 기반의 미디어믹스 전략을 수립하고 한국과 미국 Paid와 CRM 담당 마케팅팀을 리딩하고 있습니다.
-최근 두 앱 모두 큰 변화가 있었는데.
▲김민규=지그재그는 작년 8월에 새로운 BI를 공개했습니다. 이전에는 내가 원하는 ‘패션’ 스타일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면, 앞으로는 뷰티, 라이프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해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그 중심에는 지그재그의 신설 탭인 ‘발견’ 탭이 있습니다. 매거진 형식으로 구성된 발견 탭은 손쉽게 새로운 트렌드, 스타일, 아이템을 ‘발견’하고 영감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영민=클래스101은 작년 8월에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고, 곧이어 11월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구독 서비스로 변경하며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클래스101의 구독 서비스 전환으로 한국 콘텐츠는 물론 미국·일본 유명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자동 번역해 국적에 상관없이 클래스를 언제든지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글로벌 콘텐츠를 포함해 4000여 개가 넘는 클래스 콘텐츠를 언제든지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은 클래스101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두 분 모두 CRM을 담당하고 있는데 앱의 카테고리(앱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각자의 커리어에 따라서 정의하고 있는 CRM이 다를 것 같다.
▲김민규=지그재그가 쇼핑 앱이다 보니 이에 맞춰 CRM을 정의한 것이라 회사마다 혹은 업무 정의는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RM 마케팅을 하다 보면 마블 세계관 속의 멀티버스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타임라인에서 무한히 갈라지는 마블의 멀티버스처럼 신규 회원부터 VIP로 만들기 위한 여정 속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무수히 많이 파생됩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하고 결과 분석을 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해결 및 검증할 문제들이 발견됩니다. 저는 이러한 CRM 멀티버스의 문제들을 비즈니스의 고객을 ‘획득’하는 것, 획득한 고객을 ‘유지’하는 것, 유지의 보다 복합적인 단계인 유저 등급을 ‘상승’시키는 것, 이렇게 세 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김영민=저는 이전 회사들에서 그로스마케터로 CRM을 담당했고, 클래스101에서도 퍼포먼스팀에서 CRM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CRM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영역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퍼포먼스 마케팅만으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그로스 해킹과 그로스 마케팅이 주목받으며 CRM 마케팅이 중요한 마케팅 영역으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때문에 퍼포먼스 마케팅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은 편이고, 저도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CRM 마케팅을 0에서 1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CRM 마케팅이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고, 이 관계는 대화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통해 CRM은 대화 주제와 회원고〮객을 선정하고, 메시지 작성과 채널 선정 이후에는 메시지를 보낼 조건과 시간을 선택하는 다섯 단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자 정의한 CRM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김민규=저는 CRM을 세 가지 단계로 나눠 정의했습니다.
△획득 : 획득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회원의 획득’과 ‘구매 고객의 획득’입니다. 각각 회원가입 전환율, 구매 전환율 등으로 친숙하게 측정하고 있는 지표일 것입니다. 회원 획득에서의 CRM 마케터는 회원가입을 어떤 타이밍에 시킬지, 어떤 혜택을 제공할지, 어떤 메시지를 통해서 전환시킬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또한 회원가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광고 수신 동의자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 메시지를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더욱 가치 있는 회원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매 고객의 획득은 ‘첫 구매’ 획득을 이야기합니다. 회원의 획득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빠르고, 큰 구매 볼륨을 만들어내는지가 핵심입니다. 첫 구매 유저들의 가치를 포함하기 위해서는 첫 구매 전환율과 함께 1인당 첫 구매 객단가와 구매 다음 월 구매 유지율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지 : 유지 단계에서는 마케팅에서 제일 중요한 유저의 리텐션을 관리하게 됩니다. ‘유입 리텐션’과 ‘전환 리텐션’을 분리해서 살펴보자면 우선 유입 리텐션에서는 DAU, MAU 등 우리 앱 내 얼마나 자주 방문하였는지를 관리하게 됩니다. 방문 빈도가 높아질수록 우리 서비스에서 다양한 이벤트 전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때문에 단순 재유입을 위해 앱 내 진행되고 있는 기획전을 홍보하기보다 고객이 앱 내 수행했던 여러 이벤트를 바탕으로 개인화 푸시를 발송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환 리텐션은 구매 전환으로 볼 수도 있고, SNS 앱이라면 콘텐츠 발행, 구독 서비스라면 콘텐츠 뷰수로 볼 수도 있습니다. 보통 전환 리텐션은 앱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넛지를 주는 것 즉, 온사이트 마케팅이 효과가 좋습니다.
△상승 : 상승 단계는 어찌 보면 획득과 유지의 복합적인 단계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유저 등급의 상승입니다. 만약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라면 최상위 등급으로 전환시키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화 추천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입, 전환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점차 회원 등급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꼭 멤버십과 같은 상승과 하강의 접근 방식보다 조건에 맞는 행동을 했을 때 ‘뱃지’를 주는 당근마켓과 같은 형태도 있을 수 있습니다.
▲김영민=앞서 말씀드린 CRM의 단계를 저는 ‘5T 프레임워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T로 시작하는 5가지 단어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대화 주제 선정(Topic) : 대화 주제는 대화 주제별 레퍼런스를 찾고, 현재 적용되었는지 혹은 앞으로 적용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각 대화 주제별 적용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합니다. 일반적으로 성과가 좋은 대화 주제는 ‘혜택’과 ‘할인’입니다. 그래서 보통 CRM 마케팅의 대화 주제는 이벤트, 프로모션, 쿠폰 혜택 등으로 선정됩니다.
△대화 주제에 적합한 회원고〮객 선정 (Target User) : 대화 주제에 맞는 회원고〮객을 선정할 때 중요한 것은 ‘회원 분류’입니다. 우리 브랜드의 회원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얼마나 구매하는지 등을 잘 분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 분류를 잘하기 위해서 CRM 담당자는 구매 퍼널을 펼쳐놓고 행동 요소와 같은 몇 가지 요소를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대화를 시작할 메시지 기획&작성 (Telling Message) : CRM 메시지를 작성할 때 중요한 키워드는 ‘직관성’과 ‘호기심’입니다. CRM 메시지를 받은 유저가 유입, 구매 등의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가 이런 것을 얻을 수 있네’, ‘정보를 더 알아보고 싶다’ 같은 생각이 바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할 채널 선정 (Touch Channel) : 채널 선정은 회사가 사용할 수 있는 채널, CRM 예산, 투입 리소스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투입할 리소스가 적은 경우에는 한 가지 주제를 모든 CRM 채널에 활용하는 걸 추천 드립니다.
△메시지를 보낼 조건과 시간 (Trigger/Time) : 발송 채널에 따라 ‘자동 발송’과 ‘수동 발송’ 2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자동 발송’ CRM에서는 메시지를 보낼 조건 즉, 트리거가 ‘수동 발송’ CRM에서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변수)입니다. 이 요소(변수)에 따라 수많은 발송 조건을 실험해 볼 수 있습니다.
-담당하는 서비스에 따라 유저 세그먼트를 나누고 이에 따라 CRM 마케팅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빠르게 변하는 앱 마케터 산업에서 각자 '본인만의 마케팅'을 정의하는 과정 중 터득한 인사이트가 있다면 공유해줄 수 있는지.
▲김민규=물론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반면에 한 분야의 전문성을 깊게 키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트렌드에 따라 인력이나 자본이 움직이겠지만, 나의 전문 분야가 사라지지 않는 한 누군가는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전문성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상황에서 나의 가치가 높아질 뿐 아니라 다시 사이클이 돌았을 땐 이미 경제적 해자가 형성돼 더욱 승승장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영민=앱 마케팅 분야는 정말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적인 영역이 급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앱 마케터는 ’유의미한 액션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불확실한 데이터와 시장환경’이라는 맥락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앱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퍼포먼스, CRM 같은 한 분야의 기능적인 전문성을 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마케팅 분야, 데이터 분석, 개발과 같은 분야의 지식과 스킬까지 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앱 마케팅은 웹보다 개발 리소스가 더 들기 때문에 마케팅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주기가 깁니다. 때문에 실험과 개선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좋은 가설을 세우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자신문인터넷 구교현 기자 ky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