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가보니
진열·포장·분류까지 로봇 개입
업무강도 65% 감소·생산성 향상
시스템관리 등 2500명 고용 창출
지난 2일 찾은 대구 국가산업단지 내 쿠팡 물류센터. 로봇 청소기를 닮은 무인운반로봇(AGV)이 상품을 가득 실은 선반을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바닥에 새겨진 바코드를 따라 작업자 앞까지 선반을 가져오는데 걸린 시간은 2분 남짓. 작업자는 블루 라이트가 비추는 물건을 집어 도트(바구니)에 갖다 놓기만 하면 된다. 자동 포장된 상품은 분주히 움직이는 수백 대의 분류 로봇(소팅봇)들이 배송지별로 나눠 옮겨 놓는다.
쿠팡이 외부에 처음 공개한 대구 풀필먼트센터(대구FC)는 로켓배송 핵심인 자동화 물류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물류센터다. 하루 수십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물류 허브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작업자는 찾아 볼 수 없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자동화 로봇 기술로 업무 효율을 높인 덕분이다. 이날 안내를 맡은 박주호 대구풀필먼트 센터장은 “상품 진열부터 집품, 포장과 분류까지 모든 과정에 로봇이 개입한다”고 설명했다.
7층에 들어서자 AGV로 불리는 피킹 로봇이 초속 2m 속도로 1톤짜리 선반을 번쩍 들어 포장 작업대로 가져온다. 작업자가 일일이 상품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상품이 사람을 찾아가는 GTP(Goods to Person) 방식이다.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가 경로를 인식하고 장애물 감지 센서로 충돌을 피한다. 사람은 제자리에서 피킹, 바코드 스캔만 하면 된다. 쿠팡은 이 센터에만 1000대가 넘는 AGV를 도입해 진열·집품 작업을 자동화했다.
집품된 상품은 자동 포장기기 '오토 배거'를 통해 자동 포장된 후 소팅봇이 있는 1층으로 옮겨진다. 수백 대가 넘는 소팅봇이 축구장만 한 허브 업무 공간을 빠르게 오간다. 작업자가 포장된 상품을 소팅봇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작업대에 설치된 2개의 스캐너가 운송장 바코드를 자동으로 인식, 단 몇 초만에 배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하고 옮겨준다.
쿠팡은 손이 많이 가는 상품 분류 작업을 최첨단 물류 로봇을 활용해 모두 없앴다. 배터리 용량이 부족해지면 스스로 충전하고 또 일한다. 연중무휴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익일 로켓배송이 가능하다. 박 센터장은 “자동화 기술 덕분에 업무 강도가 65% 감소하고 '휴먼 에러'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인근 센터 재고 보충 역할을 하는 5층 RC센터. 이곳에 국내 최초로 도입한 무인 지게차는 안전사고 발생률을 낮추는 핵심 기술이다. 물류센터 주요 인력인 지게차 기사도 대구FC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직원이 버튼만 누르면 무인 지게차가 기둥에 적힌 QR코드를 인식, 알아서 화물을 옮긴다. 게이트에 가까이 다가가면 작동을 멈추고 파레트 적치공간은 펜스로 완벽히 분리, 사고 가능성도 원천 봉쇄했다. 보행로가 필요 없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상품을 적재할 수 있다.
쿠팡 대구FC는 물류센터를 누비는 다양한 로봇 덕분에 업무량은 줄고 생산성은 늘었다. 기존 작업자가 3시간 일할 업무량을 1시간 만에 처리 가능하다. 무인 로봇은 긱플러스, 비전나비로보틱스 등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대구FC는 향후 입출고 작업 등에서도 자동화 물류 기술 도입을 더 늘릴 예정이다.
쿠팡은 대구FC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3200억원을 투자했다. 센터 전체가 일종의 거대한 미래형 물류 테스트베드다. 전국 물류센터에 혁신을 심는 전진기지 역할도 한다. 강정훈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는 “대구FC의 자동화 기술 규모는 단일 물류센터 기준 국내 최대 수준”이라며 “실증을 마친 기술은 다른 지역 FC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인 기술이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통념도 깼다. 쿠팡 대구FC는 자동화 시스템 관리자 등 기술 직군 중심으로 2500여명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강 전무는 “기술 투자 목적은 인력 감축이 아닌 직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강도를 낮추기 위함”이라며 “쿠팡은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미래형 물류 모델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대구=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