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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받으면 날개를 접었다 펴며 비행하는 요정봇. 사진=탐페레 대학교/양지안펑

약간 바람과 빛만 있으면 부드러운 날개를 펼쳐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요정 로봇’이 등장했다.

1일(현지시간)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에 따르면, 핀란드 탐페레 대학교 연구진은 민들레 씨앗에서 영감을 받은 로봇 ‘요정’(FAIRY; Flying Aero-robots based on Light Responsive Materials Assembly)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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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조사하자 날개를 움직여 떠오르는 요정 로봇. 사진=SWNS/탐페레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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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조사하자 날개를 움직여 떠오르는 요정 로봇. 사진=SWNS/탐페레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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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조사하자 날개를 움직여 떠오르는 요정 로봇. 사진=SWNS/탐페레 대학교

4mm 크기, 1.2mg이라는 솜털같은 무게의 이 로봇에 별도의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빛과 바람만으로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다.

이는 ‘액정 엘라스토머’(liquid crystalline elastomer)로 만들어진 액추에이터 덕분이다. 이 액추에이터는 레이저나 LED같은 빛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날개를 접었다 편다. 특히 매우 가볍고 가느다란 날개(개별 섬유 두께: 14 마이크론)는 털 같은 다공성 디자인이기 때문에 공기역학적으로 비행에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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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세기에 따라 날개의 개폐와 그에 따른 원형와류가 달라지는 모습. 사진=어드밴스드 사이언스/탐페레 대학교

빛이 로봇을 비추면 날개를 움직여 안정적인 원형와류(vortex ring)를 일으키고 장거리를 날아갈 수 있도록 보조한다. 이 특성으로 봇의 이륙과 착륙을 제어할 수 있다. 다만 무인항공기(드론)처럼 직접적으로 조종할 수는 없다. 대신 바람에 의해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도록 배에 돛을 달아주는 것이다. 또한 빛이 조사되는 곳 가까이로 비행하는 것은 가능하다.

독특하고 신기하지만 대체 이 로봇은 어디에 쓰일까? 연구진은 이 로봇을 꽃가루나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꽃가루를 품은 수백만 개의 인공 홀씨가 자연 바람에 의해 흩날리며 나무에 달라붙으면 벌과 나비의 도움이 없이도 수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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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충분할 때 날개가 열리면서 바람의 흐름을 타고 날아가는 모습. 사진=탐페레 대학교

민들레 씨앗은 덥고 건조하며 바람이 부는 조건에서 10km, 많게는 100km를 이동할 수 있다. 요정봇 역시 배터리나 직접 전원 없이도 민들레 씨앗과 동일하게, 어쩌면 더 유용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실제로 실현시키기 위해 연구원들은 이제 로봇의 감도를 향상시켜 레이저나 LED 조명 뿐만아니라 햇빛으로도 작동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GPS 수신기나 화학 화합물과 같은 마이크로 전자 장치를 운반하는 데 사용될 수 있도록 크기를 약 10cm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후 변화로 꽃가루 매개자의 손실이 생물 다양성과 식량 생산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은 전세계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하오 연구원은 말했다.


민들레 씨앗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요정봇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국제 저널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개제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