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을 세계 1등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FC-BGA는 서버나 데이터센터 시스템에 사용되는 고부가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이다. 일본과 대만이 주도하고 있는 분야인데 국내 삼성전기에 이어 LG이노텍이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LG이노텍은 최근 정철동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구미 FC-BGA 신공장에서 설비 반입식을 가졌다고 30일 밝혔다. 회사는 지난해 6월 LG전자로부터 인수한 연 면적 약 22만㎡ 규모 구미4공장에 최신 FC-BGA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올 상반기까지 양산 체제를 갖추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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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BGA 신공장 설비 반입 행사에 정철동 사장(우측에서 네번째)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은 지난해 6월 처음 FC-BGA를 만들어 공급에 성공했다. 경쟁사가 2~3년 이상 걸리는 FC-BGA 생산 개시를 수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통신용 반도체 기판 사업으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가 큰 보탬이 됐다.

당시 공급된 제품은 구미2공장 파일럿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졌다. 네트워크 및 모뎀용 FC-BGA 기판, 디지털 TV용 FC-BGA 기판 등이다. 구미2공장 라인이 실험적인 파일럿 규모였다면 새로 구축하는 구미4공장은 본격적인 사업화와 대량 생산을 위한 전진 기지가 된다.

LG이노텍은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1위다. 회사는 이들 제품을 만들면서 쌓은 기술력이 FC-BGA 제조에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 신규 사업으로 추진했다. 독자적인 초미세회로, 고집적고다층 기판 정합 기술, 코어리스(반도체 기판의 코어층 제거) 기술 등을 FC-BGA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 고객사와 시너지도 기대됐다. 회사 관계자는 “FC-BGA 기판은 RF-SiP용 기판, AiP용 기판과 주요 고객사가 대부분 일치한다”면서 “통신, 반도체, 가전 분야의 장기간 파트너십으로 쌓아온 기존 고객사와 신뢰가 양산 시점 단축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FC-BGA 기판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달러(약 9조8800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20조2540억원)으로 연평균 9% 성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PC·서버를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됐는데 네트워크·인공지능·자율주행 영향으로 수요 확대가 예상돼 기판 업계가 증설과 투자경쟁에 나서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FC-BGA 시설과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자했다.

FC-BGA는 일본 신코, 대만 유니마이크론이 강자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가 FC-BGA 사업을 하고 있다. LG이노텍 가세로 국내 FC-BGA 산업이 성장할 전망이며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에서 한국의 역할도 확대될지 주목된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FC-BGA 기판은 그동안 글로벌 1위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기판소재시장을 선도해온 우리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FC-BGA를 반드시 글로벌 1등 사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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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동 LG이노텍 사장(가운데) 최근 경북 구미4공장에서 열린 FC-BGA 신공장 설비 반입 행사에 참석했다. (LG이노텍 제공)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