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회로 소자 실용화에 속도를 더할 '음성미분저항(NDR)' 구현 고효율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고성능 마이크로파 발진기, 증폭기 등은 물론이고 고속 지능형 스위칭 소자 상용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신형식)은 윤형중 소재분석연구부 박사팀이 유호천 가천대 전자공학과 교수팀과 n형 반도체 물질인 산화아연 나노입자 결정 구조를 조절해 p형 반도체 물질인 실리콘과 접합한 p-n 접합 NDR 반도체 소자 구현에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NDR은 전압이 증가해도 전류가 감소하는 독특한 현상이다. 또 전류 크기가 감소하는 구간을 NDR 영역이라 한다. 이를 활용하면 특정 전압 조건에서 전기 신호 힘을 조절할 수 있어 차세대 전자회로 분야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최근 2차원 소재를 활용해 NDR 소자를 개발하고 있지만 대면적으로 만들기 어렵고 제작 과정이 복잡하다. 초저온 환경도 작동 조건으로 필요하다. 기존 NDR 소자는 전기 신호가 매우 미미해 노이즈에 취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연구팀은 산화아연과 실리콘을 접합한 NDR 소자를 고안했다. 산화아연 나노입자 결정 크기를 조절해 에너지(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인 '에너지 밴드갭'을 제어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산화아연에서 실리콘으로 전자가 이동할 때 겪는 내부 전위 장벽(전하 수송 과정에서 서로 다른 반도체 영역 계면에 존재하는 장벽)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전압이 증가함에도 특정 구간에서 전류가 감소하는 NDR 현상을 구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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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개발한 NDR 소자 모식도와 소자구조 측정결과.

연구진은 소재분석연부에 설치된 첨단 연구장비인 'XPS/UPS 시스템'을 활용, 에너지 밴드 상태를 규명하고 이같은 성과를 냈다.

연구진은 NDR 소자를 대면적 제작하고 높은 균일도와 수율 100% 생산성을 확보했다. 또 극저온 환경, 고진공 등 외부 자극 없이 소자 전류 레벨을 마이크로 암페어 수준으로 크게 향상시켰다. 이는 기존 소자 전류 레벨을 약 1000배 이상 개선한 것으로 차세대 회로 소자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다.

윤형중 기초지원연 박사팀은 산화아연과 실리콘 에너지 구조 분석 및 전하 거동 분석을 담당했다. 가천대 연구팀은 초기 아이디어 확보, 나노 입자 합성 및 소자 동작 특성 해석을 진행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지원연 소재분석연구부 운영과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재료과학분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테크놀로지스에 표지 논문으로 최근 게재됐다.

유호천 가천대 교수는 “차세대 회로 소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는 흥미로운 물리적 현상을 실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재현하고,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윤형중 박사는 “이번 연구는 물질 근원적 특성을 파악하고 제어해, 차세대 소자 개발에 응용한 매우 의미있는 연구결과”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재료 물질 에너지 구조를 관찰하는 분석기술을 활용해 첨단 소자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