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은 “올해 마일드(완만)한 경기침체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부부장은 1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IT리더스포럼 1월 정기조찬회'에서 “미국 고용시장이 탄탄하고 누적 저축액도 높아 경제위기급 충격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경기 연착륙 의견을 제시했다.
오 부부장은 신한은행 투자자산전략부 매크로분석담당, 신한AI 자본시장분석팀, 신한은행 IPS기획부 부부장을 거쳐 현재는 고액 자산가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자산관리(WM)컨설팅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속마음을 꿰뚫는 분석으로 '글로벌 경제 1타 강사'로 불린다. 저서로는 '부의 대이동', '부의 시나리오',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오 부부장은 우리 앞에 놓인 경기침체 양상이 2000~2002년 사이 닷컴 버블 붕괴 이후 나타난 완만한 경기침체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 브루킹스연구소 명예선임연구원의 저서를 인용하면서 “닷컴 붕괴는 완만한 경기침체로 이어졌을 뿐”이라며 “실업률이 상승하긴 했지만 1980년대처럼 극적으로 상승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위안화 절하와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점,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것 등이 1990년대와 닮았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 외환보유액을 늘려놓은 게 결정적 차이라고 꼽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4231억6000만달러로 세계 9위 규모다.
또 주요국과 비교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우리나라는 프랑스, 영국 등과 함께 AA- 이상 투자등급을 받았다. 그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적자와 외국인 채권시장 순유입은 외환위기 가능성을 낮게 한다”고 말했다.
은행 위기로 번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해도 다가올 위기는 사뭇 다를 것으로 봤다. 2008년엔 전세계적 뱅크런 우려가 부각되는 와중에 각국이 경쟁적인 경기 부양책을 채택하면서 혼선이 발생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자본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매우 건전해졌고, 시스템이 안정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뱅크런보다 건전성이 우수한 은행에 돈을 맡으려고 하는 '뱅크 오픈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위기를 초래한 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우려했다.
그는 “40년 만에 인플레이션이 귀환했는데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오판했다”며 “하방경직성이 높은 임금 상승 때문에 인플레이션 고착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관련해선 미국과 한국 시장 참여자들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Fed의 기준금리 인상 스탠스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에 Fed 스탠스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