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협상 결론 못내
EMV 결제 방식 줄다리기
"결제시장 갈라파고스화 사례"
"NFC 전환, 글로벌 추세" 지적
애플페이 결제 인프라와 가맹점 모집 등이 상당수 진행됐지만 정작 금융 당국의 침묵으로 국내 서비스 상용화가 줄곧 미뤄지고 있다.
현대카드가 금융 당국과 법적 문제를 놓고 릴레이 협상을 이어 가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국내 도입이 가시화됐다가 무산된 구글페이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확산일로를 보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현대카드, 변호인단 등은 지난해에 이어 1월 첫째 주까지도 애플페이 관련 협의를 수차례 했지만 최종 결론은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EMV 결제방식이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업무 위탁에 관한 규정 제5조(특정정보의 보호)' 규정 저촉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정보처리를 위탁하는 경우 금융회사는 각 관련 법령상의 안전성 확보 조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면서 “이때 개인고객의 고유식별정보는 암호화 등 보호 조치를 해야 하며, 특히 국외로 이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바로 이 규정을 놓고 양측 입장이 갈리고 있다.
금융위는 또 애플페이 관련 오프라인 가맹점에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리베이트 문제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결제단말기 보급에 카드사 등이 금전적 지원을 하면 현행법상 여전법 위반이다. 애플과 현대카드는 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 결제단말기 보급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애플페이가 국내 출시가 되지 못한 것은 국내 결제시장이 전형적인 갈라파고스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애플페이의 EMV 결제방식이 글로벌 표준 규격으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 국내 역시 NFC 결제로 전환하기 위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는 물론 애플페이·구글페이 모두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토큰화' 방식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페이도 해외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토큰화는 신용카드 정보를 난수로 이뤄진 암호로 변환, 저장함으로써 해당 카드 정보가 유출돼도 부정 사용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다. 한 예로 비자는 소비자 카드 고유번호(PAN) 16자리를 디지털 가상번호인 '토큰'으로 대체해서 거래를 처리한다.
지급결제 전문가는 “현재 모바일 기반 NFC 결제는 모든 토큰화 방식을 취하고 있고, 글로벌 카드사는 물론 애플페이·구글페이 등이 적용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방식”이라면서 “해외 관광객도 아이폰으로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국내 상황에서 여전히 과거 규정을 들이대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용어설명>EMV 표준=유로페이(Europay), 마스터카드(MasterCard), 비자(Visa)가 제정한 결제 표준이다. 세 회사의 첫 글자를 따 EMV라고 명명했다. IC칩부터 단말기까지 결제카드에 대한 기본 구조를 정하고 있어 사실상 세계 표준으로 통용된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