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플랫폼 독점규제는 세계적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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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카카오가 멈추자 일상이 멈췄다. 지난해 10월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카카오톡 장애는 물론 카카오T,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가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가 모두 중단됐다.

접수된 피해만 10만건이 넘는다. 수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으며,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적지 않은 금전적 손실을 보았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문어발식 확장으로 사회 곳곳에 침투한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과 폐단을 여실히 보여 줬다. 플랫폼 독과점이 우리 사회에 어떤 피해를 낳는지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사실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거래와 독점 문제를 막기 위한 노력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피해 방지와 건전한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플랫폼 공정화를 위해 노력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플랫폼 공정화 관련법 제정은 끝내 무산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배턴을 이어받아 제정 노력에 심혈을 쏟고 있다.

어쩌면 당연할 정도의 세계적 흐름이다. 미국 하원은 2021년 6월 온라인 플랫폼이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을 통과시켰다.

핵심은 규제 대상 플랫폼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해당 인수 거래가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잠재적 경쟁자를 선제적으로 인수해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온 것을 겨냥한 규제다. 이와 함께 자사 우대 금지, 데이터 상호운용성·이동성 보장 의무 등이 법안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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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거래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성 및 투명성 규칙'을 2020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 올해 4월부터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발효할 예정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10∼15개 기업이 해당 법률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 기업들은 모든 M&A를 당국에 사전 신고해야 하며, 소비자 개인정보 유용이나 자사 우대 등 불공정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 대상 기업이 규제 사항을 위반할 경우엔 일정 기간 M&A 금지 명령을 내리고,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규제다.

이들 두 사례는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이용자와 신생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결을 함께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던 리나 칸 교수를 내정한 것 또한 빅테크 독점 규제가 세계적 흐름임을 방증한다.

반면에 한국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플랫폼 규제 논의는 중단됐다. 정부는 '규제 개혁'을 외치지만 이는 외려 시장을 대자본에 종속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이 스스로 규제한다니. 정부가 내세운 플랫폼 시장의 '민간 자율 규제' 원칙은 말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나마 카카오 사태가 발생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독점이 심하면 국가가 대응하겠다”며 8개월 만에 말을 바꿨다. 정권이 바뀐 뒤 줄곧 자율 규제를 외치던 공정거래위원회조차 플랫폼의 독과점 방지를 위한 입법을 검토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규제를 없애는 것만이 시장주의를 살리는 길이 아니다. 시장 독과점이야말로 시장주의의 큰 적이다. 우리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독과점 폐해를 예방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미국과 EU 사례에서 우리 시장 상황에 맞는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입법은 이른바 마마(MAAMA, 알파벳·아마존·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라 불리는 5대 플랫폼의 시장 독점을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EU는 미국계 플랫폼 업체로부터 자국민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다수의 플랫폼 기업을 포괄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 대형플랫폼 기업과 국내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독점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의 주된 근거다. 미국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국내 플랫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경이 사라진 플랫폼 시장에서 이는 국내 특정 플랫폼 대기업의 이익만을 보호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플랫폼 독점규제는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내수 시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경쟁을 통한 서비스 향상과 소비자 편익 증진이 시장주의의 가장 큰 장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자본을 갖춘 플랫폼들의 문어발 확장을 막아야 제2의 카카오, 제2의 배달의민족도 탄생할 수 있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독과점의 폐해를 수많은 국민이 느낀 만큼 정치권과 정부가 이번에야말로 책임감을 느끼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안 통과 및 관련 제도 개선을 탄력적으로 추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fairness933@gmail.com

〈필자〉이동주 의원은 경북 영천 출신이며, 인천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전문성을 쌓고 있다.

민주당 민생원내부대표,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을 역임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생을 위한 정치를 활발하게 이어 나가고 있다. 국회 활동을 하면서 해외 의회와의 친선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한-탄자니아 국회의원 친선협회 부회장, 한-브라질 국회의원 친선협회 이사, 한-루마니아 국회의원 친선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