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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페이가 지난 2017년 국내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다가 무산됐을 당시 소비자들이 매우 실망했습니다. 최근 애플페이가 나온다는 이야기만으로 주식 시장은 물론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새로운 지급결제 서비스에 목말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쩌면 애플페이는 국내 새로운 지급결제 시장을 열어 줄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릅니다.”(A핀테크사 대표)

'다음 달 페이' '애플페이보다 남북 통신이 먼저 도입될 것'. 이는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애플페이를 언급하며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이다. 높은 기대치에 비해 국내 도입이 지지부진한 '웃픈'('웃기지만 슬픈'이라는 속어)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애플페이 도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진 소비자들의 바람이다. 실제 국내 카드사들이 애플과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협상하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은 소식 하나에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 도입을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계속 미뤄지는 사이 애플페이는 이미 70여개국으로 서비스 국가가 늘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국은 물론 최근에는 요르단과 쿠웨이트에서도 서비스가 시작됐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10위권 국가 가운데 애플페이가 도입되지 않은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해외여행이나 출장지에서 애플페이를 접해 본 사람이 늘고, 사용 편의성 때문에 해외에서 발급한 카드를 활용해 국내에서 애플페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을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현재 시장에는 다양한 방식의 비접촉결제 방식이 도입됐지만 실제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페이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애플페이의 사용 편의성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실물 카드 없이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결제에 익숙한 MZ세대의 도입 염원이 가장 절실해 보인다.

글로벌 페이 시장에서 이미 EMV 기술은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유로페이(E), 마스터카드(M), 비자카드(V)가 1994년에 제정한 이 기술은 유럽 중심으로 시작돼 EMV 콘택트리스(비접촉결제 표준)로 발전했다. 애플페이도 이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그 어느 회사보다 보안을 중시해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애플이 해당 기술을 활용한 것만 봐도 EMV 콘택트리스 안정성은 검증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기기를 이용한 EMV 비접촉결제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동안 한국 오프라인 결제 시장은 점차 갈라파고스화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 방식을 허용한 다른 국가와 달리 국내 오프라인 결제 시장은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반의 오래된 결제 방식을 고수해 온 탓이다. 다양한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진 글로벌 시대에도 폐쇄적 환경을 고집하고 있어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에게도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볼 필요도 있다.


결제시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IT 업체들이 제공하는 위성 구조요청(SOS) 기능, 구글 '어스', 애플 '나의 찾기' 등과 같은 최신 서비스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용할 수 없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법과 제도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