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차원 오케스트라단 구성이 장애인 음악가를 넘어 직원과 지역민에게까지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이충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경영지원본부장이 KTL 오케스트라단 'K-하모니'의 발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 구로구 KTL 서울분원에서 이 본부장과 만나 장애인 오케스트라단 K-하모니 발족 인터뷰를 가졌다. KTL K-하모니는 경영지원본부와 ESG경영추진단이 장애인 고용플랫폼 에이블업(대표 김주현)과 함께 추진한 장애 예술인 지원 프로젝트 결과물로, 클라리넷·첼로·바이올린 등 10명의 장애인 음악인으로 구성된다.
일반 후원이 아닌 직접 고용 구성을 통해 단원에게 소속감을 주는 것은 물론 실질적 지원 혜택을 마련함으로써 장애 예술인의 생활 지원, 원내 직원과 지역민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할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본부장은 K-하모니 구성에 일조한 지원본부 수장으로 오케스트라단 창설에 얽힌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장애인 음악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 구성이 독특하다.
▲지속가능 경영과 함께 장애인 의무 고용 방식을 늘 고민해왔다. 하지만 산업기술 시험이라는 특성에 따라 타 기관에 비해 채용 규모나 분야가 협소한 KTL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고민에만 그쳐왔다. 그러던 와중에 ESG경영추진단을 비롯한 원내 아이디어와 외부 협력 파트너인 에이블업과 의견 공유를 통해 문화체육 분야 접근이야말로 훌륭한 방향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직접 고용 형태 오케스트라단 구성도 특별하다.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기관에는 문화체육 조직 설립 의무가 있다 보니 장애인 고용과 함께 우선 스포츠 분야를 고려했었다. 하지만 장애인 체육 분야에 있어서는 채용문이 조금이나마 열려있음은 물론 실력향상을 위해 물리적 자원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원에서 지원 여력을 가질 수 있고 고용 비중이 적은 문화예술 쪽에 눈을 돌렸다. 직접 고용은 단원의 소속감에 따른 음악 역량 강화와 함께 적극 지원을 염두에 둔 때문이다.
-장애인 오케스트라단 설립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이다. 공공기관 가운데서도 기술시험 등 꼼꼼한 난이도를 지닌 KTL의 특성상 규정이나 사고가 보수적이다. 그로 인해 단원의 근로 규정 정립부터 쉽지 않았다. 때마침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 근로 문화 확산과 함께 에이블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근태관리 규정을 운영하면서 법률 부분은 물론 출퇴근, 건강상의 관리지원체계를 마련할 수 있게 돼 지금까지 이어졌다. 현재 해외 유학과 함께 장애인 오케스트라 경험이 많은 지휘자를 주축으로 주 1회 협주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재택 형태로 이들의 연습을 돕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예술계는 물론 공공기관, 일반 대중에게서 호평이 상당하다.
▲클래식은 부유한 사람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굉장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키워오는 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 원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분위기다. 창단식 당시 직원이 '이처럼 가슴을 울리는 음악은 처음'이라고 말한 것처럼 정확한 측정이나 기술시험을 진행하는 원 특성상의 딱딱한 조직문화나 근무패턴에 유연한 감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근로문화에도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인지.
▲그렇게 생각된다. 앞서 말했듯 K-하모니가 부여한 유연한 감성에 따른 근로 마인드 환기는 물론 사내 클래식 동호회 활성화를 통한 합주 교류, 정기연주회 등 문화적 복지 혜택 기회도 될 수 있다. 근태 시스템 마련을 통한 유연한 근로문화 시도를 감안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KTL의 지속가능 경영 비전에도 기여할 듯 하다. 목표를 밝히자면.
▲오케스트라단 운영을 통한 시스템 노하우와 함께 업무 중 큰 비중인 연구과제 정산에 있어서 관련 기술을 지닌 장애인 또는 거동 불편자에 근로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적 배경이 조성될 것이라 생각한다. K-하모니의 운영 노하우를 주변 공공기관과 공유하며 지역 연합 형태 장애인 오케스트라단을 구성해 무대 기회나 고용 폭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도 구상해보고 있다.
-앞으로 각오는.
▲오케스트라단 운영에 있어서는 꾸준한 채용 순환과 함께 단원을 유지하면서 관내 문화공연 기회를 늘리며 지역민과 호흡 폭을 넓히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최선을 다하면서 KTL의 고유 역할과 이미지는 물론 ESG 방향성을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동선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