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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을 쓰거나 내가 쓰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바자, 과거 관심을 모은 '아나바다 운동'도 이런 중고 물품 거래의 일종이었다.

온라인 거래가 일상화한 지금 중고 거래도 장(場)을 온라인으로 옮겨 활발하게 거래를 이어 가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4조원에 불과하던 중고 거래 시장 규모가 2021년에는 24조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낮춰주는 온라인 거래 특성을 잘 살려 과거와 같이 단순히 가까운 지인 간 물건을 주고 받는 정도에서 벗어나 내가 가진 쓸 만한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거나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유용한 통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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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온라인을 통한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그에 따른 문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래 대상인 상품의 안전성' 확보 문제를 들 수 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면 '써 보니까 좋습니다. 몇 번 안 쓰고 싸게 내놓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소형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경우를 간혹 발견하게 된다. 이런 상품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판매될 경우 이를 구매한 소비자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상품 종류에 따라 온라인으로 판매를 금지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고 거래는 소비자가 직접 판매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이 그런 상품을 판매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거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가 손쉽게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고 거래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이런 '거래 대상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도 과거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리콜 대상 상품이 유통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어떤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해 온 사업자라면 그 상품이 안전상 문제가 있어 리콜 대상이 되어 판매하면 안 되는 상품인지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관련 뉴스를 우연히 봤거나 직접 통지가 오지 않는 한 어떤 상품이 리콜 대상인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 간 중고 거래에서는 본의 아니게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품의 광범위한 유통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온라인 거래의 고질적 문제인 '거래 과정의 안전성'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즉 설명과 전혀 다른 상품을 제공하거나 상품을 배송하지 않는 문제, 구매 취소 및 환불과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이로 말미암은 분쟁도 늘고 있다.

사업자와 소비자 간 거래에서는 '에스크로' 제도나 신용카드 거래를 통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어느 정도 줄여 나가고 있지만 소비자가 판매자인 경우에는 거래가 주로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 사기성 거래에 의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런 문제를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앞에서 살펴본 사례와 같은 위해 제품 유통 문제나 사기 거래 문제를 정부 규제로 접근하게 되면 사후적인 처벌이나 제재에만 매달리게 되고, 이를 예방하는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현행 소비자보호법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 거래에 적용되기 때문에 대등한 거래 당사자인 개인 간 거래에는 소비자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보호 장치(예를 들어 구매취소권)를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그렇다고 중고 거래를 하는 소비자의 안전 확보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온라인 중고 거래 분야가 소비자 안전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민간과 정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와의 자율협약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플랫폼 사업자와의 자율협약으로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방법은 이미 지난해 5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자율 제품안전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시도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화장품 등 약 150종의 국내외 위해제품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밑거름으로 삼아 중고 거래 플랫폼도 자율협약으로 소비자 안전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온라인 중고 거래 분야는 소비자가 판매자인 경우가 많아 플랫폼 거래 비중이 특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특성을 고려할 때 중고 거래 시장은 민·관 협력 거버넌스(협력 모델)가 자리 잡기 좋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자율협약 등 민·관 협력을 통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직접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지 않으면서도 플랫폼 사업자의 거래 중개자 지위를 활용해 자율적으로 시장 기틀을 잡도록 하면 소비자 안전과 관련 문제의 발생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이다. 이런 시장이 성장을 계속하려면 외형을 키우는 노력뿐만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 앞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정부가 협력해서 안전한 중고 거래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윤수현 부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공정거래위원회 협력심판담당관, 하도급총괄과장, 국제카르텔과장, 기획재정담당관, 심판총괄담당관, 대변인, 기업거래정책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 2020년 5월 공정위 상임위원에 선임되고, 올해 6월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