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4·5·7·8·10월에 이어 여섯 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2012년 10월 이후 약 10년 만에 금리 3% 시대를 연 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돼 당분간 3%대 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이날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P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올해 5.1%로 기존 4.5% 전망에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한은 소비자물가 연간 전망치에서 9.0%를 전망한 1998년 이래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내년도는 기존 3.7% 전망에서 3.6%로 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 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면서 “금리 인상 폭은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됐고, 외환 부문 리스크 완화와 단기금융시장 위축을 고려해 0.25%P 인상이 적절하다는 것에 금통위원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은 취약계층의 금리 부담, 가계부채 부담 등 많은 경제 주체의 고통을 수반한다”면서 “그럼에도 물가상승률을 낮추지 않는다면 거시경제 차원에서 나중에 지불해야 할 비용과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금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베이비스텝 결정은 세계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 성장세 약화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부합하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상당폭 하회하는 1.7%로 전망한 이유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높은 오름세를 이어 간 기저효과와 경기 둔화 영향으로 상승률이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여전히 5% 수준의 높은 오름세를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봤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2022년 5.2%, 2023년 3.7%)를 소폭 하회한 5.1%, 3.6%로 각각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 총재는 “목표 물가(2%)를 크게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금리 수준과 도달 시점에는 금통위원 간 견해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 수준을 놓고 3.25%(1명), 3.5%(3명), 3.5~3.75%(2명)로 의견이 다양하게 갈렸다”면서 “다만 지난 10월에는 대외 요인에 더 중점을 두고 최종금리를 고려했지만 이번에는 금융안정 상황과 성장세 둔화를 더 고려한 측면이 컸다”고 설명했다. 최종금리 수준은 비슷했지만 판단 배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종 금리 도달 후 유지 시점에 대해서는 미국 기준금리 변동 외 물가 수준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 도달 이후에도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되고 있다는 증거를 확신한 이후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게 좋다고 본다”면서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속되는 높은 물가상승률에 우려를 표했다. 11월과 12월에 일시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떨어질 수 있지만 내년 1~2월에 다시 5%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체 물가안정을 판단할 지표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한은 입장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