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창업 스타트업 개발
"익명 전송에 2~3초 소요"
온라인 투표시스템 '지케이보팅'
'CES 최고혁신상' 기술력 입증
국내 대학 창업 스타트업이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사업에 '영지식증명'(ZKP:Zero-Knowledge Proof) 기술을 공급,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기업은 한양대 창업 스타트업 지크립토(Zkrypto)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 기술로 내년 1월에 열리는 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까지 수상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모든 거래 당사자와 거래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투명성이 블록체인의 강점이지만 익명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수요를 반영하진 못한다. 예를 들어 일반 개인이 현금으로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어느 정도 익명성을 보장하지만 CBDC 환경에서는 모든 개인의 거래가 공개된다.
영지식증명은 블록체인 환경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도 거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다. 흔히 동굴 앞에 서서 동굴 문을 열려 할 때 A가 B에게 동굴 문을 여는 주문을 드러내지 않고 동굴 문을 열어서 주문을 알고 있음을 입증하는 방식에 비유한다.
CBDC 환경에서 개인 간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인가받은 기관만 필요 시 거래 내역을 검증할 수 있다. 개인과 정부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하는 셈이다. 한국은행도 이번 CBDC 모의실험 사업에서 지크립토의 기술 기반으로 디지털자산 거래 영역에 영지식증명을 적용하는 실험을 했다.
김형준 지크립토 이사는 “최근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에서 익명 전송에 걸리는 시간이 현재 2~3초 정도 소요되는 수준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용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지크립토는 오현옥 한양대 교수가 창업했다. 한양대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았다.
지크립토가 개발한 블록체인 온라인 투표시스템 '지케이보팅'은 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현재 블록체인 기반 투표시스템은 유권자가 공개돼 있지만 이 솔루션은 유권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익명 투표가 가능하고, 투표 결과를 누구나 검증할 수 있다. 실제 선거에 도입하면 인력·비용·시간을 대폭 절감하고, 선거 투명성과 신뢰성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 이사는 “MIT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선거에 사용되는 블록체인 투표시스템은 완벽한 검증이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고 익명성 보장도 완전하지 않다”면서 “익명성과 결과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CES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크립토가 개발한 디지털자산 거래 앱 '아제로스'도 CES 2023 혁신상을 수상했다. 암호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 등 모든 디지털자산을 담을 수 있다. 특히 NFT에 처음으로 익명전송 기능과 감사 기능을 적용, 규제당국 등에 대응할 수 있다.
김 이사는 “영지식증명은 웹3.0을 블록체인으로 이동시키는 핵심 기술”이라면서 “높은 개인정보 보호로 고객 데이터를 노출하지 않게 해 일반 기업도 관련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동시에 규제와 당국 요구도 준수할 수 있어 모바일결제·신원인증 등 보안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활용성과 프라이버시를 모두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