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야간 산행에서 길을 잃은 굶주린 조난자의 입으로 드론(무인 항공기)이 날아 들어올 수도 있다. 쌀과 젤라틴으로 만든 바삭바삭한 드론이다.
17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씨넷에 따르면,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EPFL)은 최근 ‘구조 임무를 위한 식용 드론을 향해: 영양가 있는 항공기의 디자인과 비행’이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식량 적재량을 기존 30%에서 50%로 늘려 재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이 식용 드론을 개발했다.
당장 구조가 불가능한 긴급 상황에 음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던 연구진은 날개를 먹을 수 있게 바꾼다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소재는 발포폴리프로필렌(EPP)과 구조가 유사한 뻥튀기가 선택됐다. EPP는 드론의 날개 재료로 흔히 사용되는 첨단 소재다. EPP만큼 가벼운데다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레이저 컷팅이 쉬우며 칼로리가 높은 소재로는 뻥튀기만한게 없었다.
먼저 연구진은 동그란 뻥튀기과자를 레이저를 이용해 육각형으로 잘랐다. 이어 물과 젤라틴을 1대 3 비율로 녹이고, 이를 이용해 뻥튀기를 이어 붙였다. 그리고 완전히 말려서 드론의 날개를 완성했다.
날개의 크기는 비행 요건이 아닌 영양 요건이 결정한다. 날개 길이가 약 70cm일 경우에는 가벼운 아침 식사 수준인 300kcal가 된다. 논문의 주요저자인 곽 보건씨는 “바삭바삭한 쌀 과자 맛이다. 발이 묶여서 배가 고프다면 맛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제품은 80g 정도의 물도 운반할 수 있다. 모터와 제어용 꼬리 날개, 작은 배터리 등을 달아 초당 약 10m를 비행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향후 식용 날개 표면에 식용/내수성 코팅과 시간 경과에 따른 날개 분해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먹을 수 있는 드론 아이디어는 이전에도 몇 차례 발표된 바 있다. 2014년에는 초콜릿으로 만든 쿼드콥터가 등장했으며, 2017년에는 영국 항공우주 기업이 벌집과 압축 채소, 살라미 등으로 제작할 수 있는 콘셉트 드론 ‘파운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