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이 화두다. 국회에 영상저작물의 제공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이하 '정당한 보상청구권')를 신설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유명 감독까지 공개적인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외에서는 저작자의 정당한 보상청구권이 국제적 표준이 되고 있는 반면 국내 저작권법상 영상제작자에게 창작자의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창작자의 협상력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다수 창작자들이 양도 시점 이후부터는 수익을 정당하게 분배받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명제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저작권법의 목적은 저작권자와 이용자 간 균형 발전이며, 영상저작물 유통 활성화를 위해 저작권 양도를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와 상반되게 저작권법의 기본적인 취지를 부정하고 있다. 개정안의 영상저작물연출가(영화감독), 각본가 직군에게만 저작자로서의 특별한 지위를 인정해서 보상청구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나 영상저작물 제작에 참여한 모두에게 기여도에 따라 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창작자의 서로 다른 주장을 살펴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첫째 개정안에서 정의하는 정당한 보상청구권은 창작자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오히려 경제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당한 보상청구권은 영상저작물 수익에 대한 사후보상청구권이고, 이를 포기할 수도 없다. 창작자는 흥행 실패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정액 지급방식을 선호할 수도 있다. 정당한 보상청구권이 도입되면 전적으로 흥행에 연동되는 방식으로 고착될 우려가 있다. 영상저작물 대부분이 수익분기점조차 맞추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창작자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높다.
둘째 정당한 보상청구권은 흥행 여부가 불투명한 새로운 창작 활동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창작자가 흥행 실적에 상응하는 수익을 분배받지 못한 사례로 '오징어 게임'이 제시된다. '오징어 게임'은 시나리오 완성 이후 세상에 나와 빛을 보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린 작품임을 기억하거나 주목하는 사람은 드물다. 투자자는 흥행 실패에 대한 리스크까지 부담하고 창작자는 흥행 성공에 따른 수익만 누리는 상황에서 과연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작품이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해외 법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개정안의 정당한 보상청구권은 국제적 표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그 반대에 더 가까워 보인다. 단적인 예로 유럽연합(EU)의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 전문에서는 수익이 아니라 대상이 되는 권리의 경제적 가치에 적절하고 비례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고, 정액보상 역시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일명 '베스트셀러 조항'이라고 하는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은 아주 예외적인 저작물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독일에서는 법관들이 법적 안정성과 계약자유의 원칙을 존중해서 베스트셀러 조항에 따른 계약 수정을 주저한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제적 표준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라면 과연 해외 법제가 정확하게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불분명하고 불공평한 기준으로 말미암아 현실에서 충돌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K-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연 현행 제도를 변경할 만한 시장 실패가 있는 것인지, 제도 변경으로 말미암아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K-콘텐츠의 열기가 식고 다른 국가의 콘텐츠에 눈을 돌리지 않을지 등에 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창작자의 권리 보호도 중요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식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면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화두인 '정당한 보상권' 도입으로 재산권법의 기본 이념인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없는지, 외국영화에 대한 보상만 늘어나고 국내 토종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거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되지는 않을지 내용과 시기를 검토한 후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조심스레 의견을 피력해 본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국회입법지원위원) shyu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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