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현재만 있는 미래 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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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대 인공지능교육연구센터와 이티에듀 껌이지가 개최한 드림하이 미래교육 캠프-데이터과학에 참가한 학생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올 연말 개정될 2022 교육과정이 교육 효과를 발휘하고 사회를 바꾸는데 얼마나 걸릴까. 계획대로 올 연말에 고시 되면 2024년 초등 1~2학년, 2025년에는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과정부터 적용된다. 내년 입학할 아이들은 초등 2학년부터, 현 초등학교 4학년은 중학교에 입학하면, 현 중1은 2025년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새로운 교육과정을 접하게 된다. 초중고 전체 과정 중 새 교육과정으로 교육 받은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가게 되는 것은 2028년부터다. 대학 졸업이나 군복무까지 더하면 2030~2034년이다. 이제 바뀌게 될 교육과정은 6~12년 후 독립적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직업적·사회적 토양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이 꼭 직업을 통해서만 효과가 구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성장을 돕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역할이다.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에서 학생들이 어떤 역량이 필요할지를 따져보고 이를 충실하게 구성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10년 후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발딛고 있는 2022년만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온 사회는 디지털로 전환돼 디지털 역량은 글을 쓰고 읽고 이해하는 능력만큼 중요해졌다. 하지만 정보 교과는 과목으로조차 인정을 못받는다.

정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모든 학생을 프로그래머로 만들 것이냐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었다. 이 역시 2022년 현실만 생각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2022년에는 코딩을 몰라도 되지만, 간단한 수학을 하기 힘들다면 분명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세금을 얼마를 내야 하는지, 공동으로 사용한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는 간단한 수식이라도 만들어 계산해야 할 문제다. 취재활동을 하며 엑셀로 간단한 함수를 만들어 통계를 비교하기도 한다. 기업의 매출과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을 기자가 보는 시각에서 계산하려면 기자가 생각하는 함수를 만들어 대입을 해야 한다. 2030년에는 어떨까. 2030년 사회를 살아갈 지금의 초·중등 학생들에게 정보와 코딩은 이런 기초적 수학 역할을 할 것이다.

영국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주당 한두시간씩 코딩을 배워 5~6학년이 되면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영국 초·중등 정보교과의 시수는 우리나라의 6배가 넘는 374시간이다. 복잡한 언어를 외우고 알고리즘을 짜는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니다. 아이콘만 클릭해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코딩 프로그램은 너무나 많다. 학생들은 디지털 세계에서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컴퓨팅 사고를 갖게 된다. 컴퓨팅 사고력은 현실과 다른 디지털 세계에서 현실문제를 대표하는 변수와 함수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외우는 수업처럼 변질됐지만, 정보교육이나 코딩수업이 지향하는 바는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2022 교육과정에서 정보 교육을 두 배로 늘린다고 했지만, 현실을 보면 참담하다. 초등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중학교 34시간에서 68시간으로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34시간이면, 초등학교 5학년 1년동안 1주일에 한시간씩 실과 시간에 정보교육을 배우는 정도다. 6년 중 고작 1년이다. 중학교부터는 정보라는 과목이 생긴다. 이 역시 1년동안 주 1시간만 배웠지만, 2년동안 1시간씩 배우는 과목이 됐을 뿐이다. 다른 과목과의 형평성이 핑계다. 그나마 34시간과 68시간을 '운영할 수 있다'에서 의무사항을 뜻하는 '운영한다'로 바뀐 것이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교육부 새 수장이 된 이주호 부총리는 취임 일성부터 디지털 활용을 강조했다. 시간이 없지만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말 시간이 없다. 일분일초에 우리 10년 후 미래가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2030년 이후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이 2022년 사회 복사판만 답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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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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