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시련의 계절을 겪고 있다. 고금리 시대를 맞아 생명·종신보험 가입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주요 수익원인 자산운용 수익이 급감하면서 줄줄이 실적 감소를 기록했다.
최근 주요 생보사들이 잇따라 초라한 성적표를 발표했다.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한 한화생명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69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8143억원에 비해 14.6% 줄어든 수준이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운용자산 이익률이 지난해 3분기 3.71%에서 3.63%로 0.08%포인트(P) 감소한 영향이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이익이 감소한 측면도 있다. 보험영업에선 질병 상해 등 보장성보험 매출 확대에 따른 직접 판매비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동양생명도 올 3분기까지 순이익 1433억원을 올렸다고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97억원에 비해 42.6% 감소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순이익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대한 역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도 고금리 앞엔 힘을 쓰지 못했다. KB금융지주 계열사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3분기 2556억원에서 올해는 2077억원으로 18.7% 감소했고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인 신한라이프 역시 4019억원에서 3696억원으로 32.3%나 쪼그라들었다. 이들 회사는 고액 자산가 대상 재무 설계를 위한 프라이빗 뱅커(PB) 서비스가 강점인데 최근 부동산 시장과 주식·채권 등 자산시장 하락에 고객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1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생명도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한 53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조2938억원보다 58.8% 감소했는데 다만 이는 지난해 8020억원의 삼성전자 특별배당 때문이다. 특별배당을 제외하면 8.4% 실적이 증가한 수준이다.
이런 생보사 실적 감소엔 종신보험, 생명보험, 저축보험 등 장기간 가입해야 하는 생보 상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줄어든 요인도 있다. 최근 발표된 보험연구원의 '코로나19 전후 소비 선호도 변화와 보험 지출' 보고서에서도 보험에 대한 실질 지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전후) 근로자 가구 전체 소비는 유사함에도 세부항목별로 보면 자동차 구입 및 의료 관련 실질 지출은 증가하고 연료비와 보험 등은 감소했다”며 “보험의 경우 전체 소비가 증가한 자영업자 가구에서도 실질 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데다 2022년에는 감소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생보사 대표는 “소비자들이 당장 몇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20~30년 장기간 대비하는 생보 상품을 가입하는 걸 점점 꺼려한다”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국내주식, 해외주식, 펀드, 가상자산 등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강해 생보 상품에 관심이 적다”고 했다.
[표]주요 생명보험사 실적 현황(자료 : 각 사)
*2022년 1~9월 누적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