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이재용 '뉴삼성'의 세 가지 필요조건

이재용 회장의 삼성호가 닻을 올렸다. 이 회장은 '사랑받는 삼성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아 회장 취임 발표날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사업 성과는 기본이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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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소감을 밝힌 후 고개 숙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 회장이 앞으로 삼성이 가야 할 방향을 담은 '뉴삼성' 경영철학을 지난 1일 창립기념일께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태원 참사에 따른 국가애도기간에 동참하는 의미로 잠시 보류됐다. 늦춰진 이 회장 메시지는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35주기인 19일 발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비전 발표에 앞서 이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초일류기업 지위를 영속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전 삼성 고위관계자가 언급한 견해 중 기자가 공감한 부분임을 밝힌다. 먼저 이 회장의 '색깔'이 담겨야 한다. 과거 삼성을 창업부터 세계적 기업까지 키운 선대 이병철·이건희 회장은 자신만의 확고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기업을 이끌었다. 이병철 회장은 '사업을 통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사업보국'이라는 일관된 기업관을 펼쳤다. 이건희 회장은 '인간 중시'와 '기술 중시'를 토대로 양보다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하는 '신경영'을 기치로 삼았다.

이 회장이 취임 후 첫 행보로 협력회사를 방문해 '산업생태계 전체 경쟁력을 키우는 팀 플레이를 통해 중소기업 등과 함께 미래를 함께 개척하며 같이 성장하겠다'라는 의미의 '미래 동행' 철학을 보여줬지만, 이는 뉴삼성이 추구 방향을 제시했다고 하긴 어렵다. 명확하게 삼성이 가야 할 방향, '이재용의 뉴삼성은 이것이다'라는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2만 삼성전자 임직원과 회사가 갈팡질팡하며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이 회장만의 '인재경영' 방향이다. 이 회장은 선대로부터 이어진 인재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삼성의 조직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직급 통폐합 등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를 통한 조기 승진 기회 및 과감한 발탁 승진 확대, 평가제도 개선 등을 적용했다. 이 회장은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며 핵심 인재 영입에도 나섰다. 이 정도로는 정작 이 회장이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회사에서 성과를 내고 누가 봐도 똑똑한 사람을 중용하고 영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될성 싶은 인재를 발탁하고 키워가며 그들이 회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삼성에 필요한 인재로 빚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삼성이 일류 기업이니 인재가 알아서 문을 두드리겠지만, 그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로열티'까지 기대하긴 힘들다. 뉴삼성 중심이 될 이재용 사람들, 미래를 위한 이재용 키즈까지 두루 키워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 회장 인재상이 드러나고, 그래야 그에 적합한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은 이 회장에게 '고언'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나 조직을 가까이 둬야 한다. 성공한 권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과거 이병철 선대 회장부터 이어져 온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의 명맥이 끊긴 게 아쉽다. 수요사장단회의는 삼성 그룹의 공식 의결 채널임과 동시에 진영을 막론하고 다양한 계층 인사를 강사로 초청 '쓴소리'까지 청취하는 자리였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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