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 개질 토털 솔루션 보유
문제 발생 원인 정확히 파악
60개국 수출·해외 매출 75%
사업 영역 지속 확대 전망
'사람의 손때가 묻은 물건'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오래된 물건을 정겹게 표현할 때 쓰지만 광학 코팅재 전문기업인 도은 앞에선 용납될 수 없는 말이다.
1988년 설립한 도은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렌즈, 안경렌즈 등을 비롯한 광학 분야 표면처리제를 생산한다. 신도현 도은 회장은 “화면을 더 깨끗하게 보고, 물건을 더 단단하게 강화하고, 보다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표면 코팅재를 개발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표면 코팅은 하드코팅, 증착코팅(AR:Anti Reflection), 톱 코팅(AF:Anti Fingerprint)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하드코팅은 스크래치를 방지하는 등 표면을 강화하는 목적이며, AR는 투과율을 높여준다. AF는 화면에 지문이 남는 걸 막아준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사람 손이 자주 닿기 때문에 AF 처리가 필요하고, 깨질 우려가 있는 화면이나 렌즈에는 하드코팅도 들어간다. 또 투과율을 높이기 위해 렌즈엔 AR도 적용된다. 이처럼 하나의 제품에 2~3가지 코팅 기술이 접목된다.
도은의 경쟁력은 AR, AF, 하드코팅 솔루션을 모두 공급한다는 점이다. 한 회사가 AR, AF, 하드코팅 솔루션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재료 간 간섭이 최소화된다. 도은처럼 표면 개질 토털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신 회장은 “해외 기업도 하나의 코팅 기술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세 가기 기술의 유기적인 관계를 알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원인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팅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의미다.
나아가 도은은 2013년 항균 코팅재를 개발하는 등 고객사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신 회장은 “기존 기술을 자체 개발했고, 여기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등 기술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코팅재를 선보이고 있다”면서 “AR 처리과정에서 항균 기능을 접목할 수 있는 건 우리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표면 재질을 고객사가 요구하는 용도에 맞게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도은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6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75%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2013년엔 3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 베트남에 현지 공장을 구축했으며 미국, 태국에선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가상현실(VR) 안경 개발 논의를 진행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도은의 글로벌 사업 성과 배경에는 신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있다. 회사 내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개발(R&D)에 주력했다. 그간 R&D에 들인 규모가 50여억원에 달한다. 중앙연구소는 코팅재 원료 분석부터 코팅 후 내마모성, 부식, 접촉각 등 검수검사까지 전 과정을 실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굴지의 국내 대기업도 중앙연구소에서 신제품 테스트를 진행할 정도다.
신 회장은 “엔드유저와 동일한 설비를 설치해 실험하고 있다”며 “계약 전에 미리 테스트를 마치기 때문에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가 추격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력 30년을 넘은 도은의 미래도 주목된다. 디스플레이 채택이 늘어나는 자동차를 비롯해 신소재 출현 등으로 코팅 니즈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성장 동력이 더 커져서다. 또 신제품 개발 시 기존 제품보다 내구성, 내마모성 등을 강화하기 때문에 맞춤 개발이 가능한 도은의 영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소재 변화와 고객사 니즈를 맞추는 데 집중하겠다”면서 “항균 기능과 같이 기존에 없었던 코팅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신도현 도은 회장
-주요 고객사는 어디인가.
▲스마트폰은 광학의 집합체다. 다종다양한 기술이 들어간다. 도은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에 광학 코팅재를 판매한다. 매년 신규 모델이 나오기 때문에 이에 맞게 코팅재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을 강조하는데.
▲중소기업은 기술이 핵심이다. 기술이 없으면 중소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해외 경쟁사와 달리 우리는 연구개발(R&D)에 집중해왔다. 하드코팅과 증착코팅(AR) 분야 선구자는 아니지만,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기능을 접목해 시장을 개척했다. 코팅 디자인부터 에탄올·메탄올을 물로 대체한 친환경 하드코팅재 제조기술까지 특허만 20여개에 이른다.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중국 현지 공장에서도 주요 공정은 한국인 직원에게만 맡길 정도로 노하우 유지를 철저히 하고 있다.
-이노비즈 인증은 언제 받았고, 바라는 점은.
▲2013년에 처음 이노비즈 인증을 받았다. 대외적으로 정부가 인정한 기술혁신기업이라는 인식을 얻었다. 실무적으론 병역특례선정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등 혜택도 있다.
국방부·조달청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대기업이 납품업체 선정 시 이노비즈 인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협회의 선전을 기대한다. 대기업 등이 이노비즈 인증 기업을 굉장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인식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 규정처럼 납품 시 가산점 등을 부여할 수 있으면 한다.
-앞으로 계획은.
▲중국과 경쟁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만 한국 제품이 팔린다.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상쇄해야 한다. R&D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만큼 R&D에 투자하는 광학 코팅재 회사가 없다. 최고 품질을 보유하기 위한 연구와 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