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보다폰이 독일에 5세대(5G) 이동통신 개방형무선접속망(5G 오픈랜)을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이통사인 보다폰과 오픈랜 동맹을 강화했다. 삼성전자와 보다폰은 오픈랜 네트워크장비와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해 2023년초 독일 바이에른과 니더작센 교외지역에 시범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독일 시범망 구축은 유럽 이동통신사 협력체인 '오픈랜 MOU 그룹'이 승인한 스펙과 로드맵을 완벽하게 준수하는 파일럿 형태로 진행된다. 삼성전자와 페이스북 등이 참여하는 세계 이동통신 기술단체인 텔레콤인프라프로젝트(TIP)는 독일 시범망 구축사례를 유럽에서 대규모 오픈랜 망을 확대하기 위한 단초로 채택할 계획이다.
오픈랜은 네트워크 기지국, 교환장비 등 하드웨어(HW)와 SW를 분리한다. 개방형 표준과 상호연동성을 바탕으로 HW와 SW를 각각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이동통신 서비스의 진화에 용이하다. SW·HW를 일괄 공급하는 것에 비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영국 오픈랜 구축을 위해 보다폰과 협력을 시작했다. 오픈랜 SW와 오픈랜 표준을 적용해 동작하는 가상화 기지국, SW를 자유롭게 구성해 활용가능한 범용 서버(COTS)를 공급했다. 지난달에는 반도체전문기업 마블과 오픈랜 전용 칩셋 개발·적용에 협력하기로 했다.
보다폰은 이미 삼성전자 오픈랜 솔루션을 활용해 독일 플라우엔에서 필드테스트를 마쳤다. 양사는 오픈랜 생태계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폭넓게 기술을 테스트하며 경쟁력을 높일 기회를 얻었다.
독일 테스트 관건은 오픈랜 망에서 분리된 HW와 SW가 안정적으로 동작하며 기존 상용 이통망과 같은 수준의 성능을 구현할지 여부다. 영국에 이어 품질에 대한 평가가 까다로운 독일에서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할 경우 세계 시장 오픈랜 상용화에 확실한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다폰은 유럽 전역에서 오픈랜 기반 5G 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교외의 소규모 지역에서 출발해 대도시로 오픈랜 상용망을 차츰 늘려 나갈 방침이다. 유럽 다수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보다폰은 네트워크 운영자가 위치에 제약을 받지 않고 공통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공유하며, 원격에서 SW로 제어,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차별화한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파트너로서 핵심 기술력과 구축 경험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은 영국과 독일, 스페인 등을 필두로 오픈랜 적용을 본격 확대할 예정이며, 미국은 오픈랜 구조로 네트워크 전면 전환을 꾀한다. 한국도 연내 '오픈랜 얼라이언스' 출범 등 국정과제로 오픈랜 확산을 추진 중이다. 초기 상용화 성공여부에 따라 거대 글로벌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