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IT인프라 통합…서비스·보안 시너지
중소 계열사까지 디지털 전환 지원 역할
업무 협업 등 IT 인력 간 소통도 활발
2017년 6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선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는 국내 금융권 중 처음으로 은행·카드·증권·보험·캐피털 등 계열사 IT인프라와 관련 인력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설립 초기 1800명이 근무했고 지난 9월 기준 2200여명으로 근무인력이 25%가량 증가했다. 하나금융그룹이 디지털전환에 가속도를 내면서 전 계열사 서비스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이에 발맞춰 통합데이터센터 가용 리소스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나금융 통합데이터센터는 설립 5년차를 넘어서며 운영 안정화는 물론 서비스 고도화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본지에 데이터센터 내부를 공개하며 글로벌 수준 안정적인 금융권 통합데이터센터 운영 사례를 공유했다. 은행·카드·증권 등 핵심 계열사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계열사와 해외 네트워크까지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공항철도를 타고 청라국제도시역에 도착하기 앞서 하나금융그룹 광고모델인 손흥민 선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깜짝 놀라 들어보니 청라국제도시역과 함께 “여기는 '하나금융타운' 역입니다”라고 안내한다. 역에서 내려 출구로 나가면 높은 가을하늘과 함께 하나금융티아이가 운영하는 그룹 통합데이터센터가 눈 앞에 펼쳐진다.
하나금융그룹은 2014년부터 청라국제도시에 대규모 금융타운 조성을 추진하면서 1단계로 통합데이터센터를 준공했다. 이후 2단계 사업으로 2019년 5월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완공했다.
현재 3단계 사업으로 하나금융그룹 본사 청라 이전을 확정하고 그룹 헤드쿼터 건물을 짓고 있다. 오는 2024년 12월 완공이 목표다. 통합데이터센터 맞은편에는 헤드쿼터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하나금융타운에 가장 먼저 들어선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는 금융그룹 중 이례적으로 IT전문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가 주축이 됐다. 철저한 출입 보안·통제를 위해 약 6000여대 서버와 배전시설 등을 운영하는 코어센터는 지상 7층 규모, 임직원 사무실과 회의실, 외부인 접객 등의 기능을 하는 비전센터는 지하 1층과 지상 16층 규모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금융그룹 전 관계사 인프라·서비스 안정·효율성 '시너지'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는 그룹 관계사 IT인프라와 관련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국내 금융권 첫 사례다. 기존 운영하던 분당 데이터센터 노후화 등 문제로 통합데이터센터를 신축하면서 그룹 금융IT 서비스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됐다.
하나금융은 통합데이터센터 설계 당시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 데이터센터 시공을 다수 맡은 DPR와 협력해 글로벌 수준 데이터센터를 구현했다. DPR는 어도비,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 HP, 야후 등 글로벌 기업 데이터센터를 다수 시공하며 지난 2012년 미국 IDC 베스트 시공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수주율은 90%에 달한다.
현재 하나금융 13개 관계사 IT인프라가 통합데이터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룹 IT전문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와 각 관계사가 계약을 맺고 인프라 운영과 보안관제 등 IT서비스 전반을 제공받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 관계사의 경우 IT서비스 안정성이 높아져 전체 그룹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 건물에서 여러 계열사 IT 인력이 근무하다보니 소통체계가 원활해진 것도 새로운 강점이 다. 운영 우수사례를 서로 공유·전파하고 상시 협업하는 업무 체계가 일상화됐다.
통합데이터센터는 현재 3층부터 6층까지 총 4개층을 사용하고 있고 7층은 비워져 있다. 하나금융은 해당 공간을 디지털 금융 수요에 맞춰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내년 중 구체적 사용처를 도출하는 게 목표다.
통합데이터센터 내부는 각 계열사별로 서버 공간이 물리적으로 구분돼 있다. 하나금융 전문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인 '하나클라우디아'도 별도 공간으로 분리해 운영한다. 각 계열사 재해복구(DR)센터는 은행은 분당, 증권은 여의도, 카드는 송도 등으로 분산 운영해 리스크를 방지한다.
하나금융 통합데이터센터는 인천 바다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탓에 풍수와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1층이 아닌 2층에 전기실과 배터리실, 발전기실, UPS실이 위치했다. 청라변전소와 경서변전소 양쪽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 약 6600세대 전력에 달하는 2만킬로와트(㎾) 분량 전력을 공급받는다. 전력이 끊어질 경우를 대비해 보조설비에 대한 전기를 구분해 사용하고 한국전력 전용 지중 이중화 선로를 수전받아 예상치 못한 외부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전원을 공급하는 UPS는 병렬 구조로 고용량에 적합한 다이내믹 UPS 구조를 적용했다. 또 그룹간 BUS로 UPS를 연결해 한쪽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이를 그룹에서 분산해 전력을 정상 공급할 수 있는 IP-RING BUS 구조를 채택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원 공급이 차단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배터리실은 2개로 구획을 나눠 분리 설치해 화재에 대비했다. 전력 케이블은 화재에도 케이블이 불에 타지 않도록 BUS-덕트로 구성해 안정성을 높였다.
전력 차단에 대응해 기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비상발전기도 상시 대기하고 있다. 5000리터(ℓ) 2개 분량을 상시 갖추고 외부에는 별도 계약으로 7만ℓ 2개 분량을 확보했다.
양진욱 하나금융티아이 IDC운영셀장은 “24시간 365일 무장애로 운영해야 하는 데이터센터 자체 특성에 풍수해 대응까지 필요한 특성 때문에 월 2회 소방·정전훈련, 연 2회 배터리 성능 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글로벌 통합데이터센터에 걸맞게 이중·삼중 대응 구조를 갖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첨단 설비와 기술이 총집약됐지만 방재센터 한 켠에는 5년 묵은 북어가 실에 묶여 놓여있었다. 통합데이터센터 첫 오픈 시 고사를 지낸 흔적이다.
양진욱 셀장은 “최고 수준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를 갖췄다고 자부하지만 각종 리스크에 24시간 365일 문제없이 대응해야 하는 만큼 걱정이 많은 임직원들이 항상 무탈하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담겼다”며 미소지었다.
◇“우리가 뚫리면 그룹 전체가 뚫린다”
하나금융 통합데이터센터에는 방재센터 외에 보안관제센터와 종합상황실이 위치했다. 종합상황실은 센터에 각종 보안 침해사고 등 주요 이슈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이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공간이다.
보안관제센터는 하나금융그룹 전체 계열사 사이버공격 등 보안 상황을 실시간 감시·분석하는 곳이다. 하나금융의 국내외 18개 관계사와 현지법인 보안장비를 모니터링하고 해킹과 침해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통합데이터센터 설립 이전에는 각 계열사가 침해 보안에 대응했다. 지금은 총 31명이 전체 계열사와 해외 네트워크 현황을 실시간 살피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보안 전문인력들이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이슈가 발생하면 이를 각 계열사에 전달하지 않고 직접 대응하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할 수 있는 중소 규모 계열사도 수준 높은 보안 인프라와 대응력을 확보하게 됐다.
하나금융 통합데이터센터 내 보안관제센터에서는 하루 20만건 이상흐름을 감지한다. 이 중 약 5만건가량이 심각한 수준 보안 이슈로 분류된다. 이 중 실제 공격으로 분석되는 것은 200여건 정도로 관계사에 해당 내용을 통지한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28일 오전 10시 50분께 전광판에는 총합 1965건 이상 공격 감지 현황이 표기돼 있었다.
하나금융은 2012년 보안관제센터 설립 후 지난 10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반으로 분석해 사이버 공격 예측 모델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지 미리 정교하게 예측해 대응하기 위해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청라(인천)=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