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구글의 망이용대가 여론조작 경계, 공론화·팩트체크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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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박사가 영상회의 방식으로 세미나에 참여했다.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박사는 구글이 오픈넷 지원을 통한 망 무임승차 방지법 반대운동을 '초국가적 행동주의(Transnational Activism)'라는 정치과학 프레임을 토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글이 인터넷 자유라는 거창한 정치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망 이용대가 납부를 반대하도록 대중을 현혹하고 동원하지만, 결국은 자사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는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중립적 주체의 객관적 팩트체크와 더불어, 국민이 이슈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구글 행태는 '초국가적 행동주의'

초국가적 행동주의는 한 국가에서 시작된 규범이나 관습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꾸고 싶어 하는 개인·기업과 비영리단체의 활동으로 정의했다. 기업이 사람들을 부추겨 인터넷공간에서 특정한 의견을 주장하도록 만들어 궁극적으로 회사가 이익을 얻는 전략을 취하는데 유리한 조건이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여론을 형성하도록 해 정책에 개입한다. 레이튼 박사는 “마케팅에 대한 전문지식과 데이터, 온라인 이메일 캠페인, 캠페인을 기획하는 조직, 이메일 데이터 베이스를 관리하는 사람 등이 관여한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미국 테크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 정치적 행동을 지원하는 재단을 지원해왔다”며 “포드 재단, 열린사회 재단 등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주식으로 구성된 수십억 단위 기금을 운영해 빅테크 기업의 가치를 증가시키고 재단기금도 더욱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구글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행동주의자를 양산하고, 적극적인 댓글개입과 온라인 활동으로 여론에 영향을 끼쳐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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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학회·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20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 이슈 담론화와 여론형성 세미나를 열었다. 이종명 강원대 교수가 망사용료 유튜브 이슈 담론화에 대한 비판적 접근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거창한 이데올로기로 포장해도 목표는 기업 이익

구글은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며, 자사의 네트워크를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조치 외에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거부한다. 목적은 자사의 이익이지만, 거창한 정치 이데올로기로 포장해 대중의 행동을 유도한다는 비판이다.

레이튼 박사는 201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압박한 '세이브 더 인터넷' 운동 사례를 들었다. 당시 단체에 속한 활동가는 망 중립성 규제를 검토하던 수만 개의 청원서, 이메일, 의견서를 FCC에 전달하며 가장 강력한 인터넷 규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운동을 펼쳤다.

FCC는 400만개 의견서를 접수했다. 공무원은 물론이고, 대통령도 이 같은 현상을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레이튼 박사는 “일종의 '조작된 위기' 또는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사안이 있는 것처럼 상황이 조작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일반인 누구도 인터넷 규제에 큰 관심을 갖지 않지만, 당시에는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졌다. 정치적 움직임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위기가 실존하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2015년에 유럽에서도 비슷한 정치 활동이 벌어졌다. 레이튼 박사는 “수십만, 수백만 개의 의견서 중 진정한 의견서는 약 1000건 정도였다”며 “오직 이들만 실제 정책에 대해서 읽어보고 정책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살펴본 후에 의견을 보낸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구글은 페이스북이 인도 통신사와 협력해 데이터요금 등이 없는 '제로레이팅' 방식의 무료 페이스북을 제공하려 했을 때에도 인도의 엘리트 집단을 활용, 인터넷의 종말을 가져온다는 명분으로 막았다고 레이튼 박사는 주장했다.

◇국민이 이슈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팩트체크·공론화 필요

레이튼 박사는 구글의 이같은 활동이 “불법은 아니지만 정당하지 않다”며 전형적인 '여론조작'이라고 결론지었다. 레이튼 박사는 “정책 입안자는 이러한 행동주의의 출발지가 어디인지를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는 집단이나 개인에 비추어보면서 정치 행동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레이튼 박사는 “한국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최적의 결과를 위해 여러 행위자를 협력하게 만드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정책을 진화시켜 왔다”며 한국 정책당국이 망이용대가 정책에서 중심을 잡을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는 인터넷 공론장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며, 구글의 여론 지배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기업거래 중심인 망 이용대가 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연구 통해 충분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지 못해 왔다”며 “진영논리가 아니라 정보기반 결정을 하도록 학계가 나서서 충분한 정보를 생산하고 정부가 판단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고홍석 군산대 교수는 “인터넷 공간에서 구글이라는 독점적 여론형성 기제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과연 공정한 사상의 시장이 만들어질지 회의가 든다”며 “망 이용대가 논쟁은 망을 어떻게 공정하게 이용하고, 이용자간 비용을 분담할 것인지 새로운 접근과 본질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선정수 뉴스톱 부장은 “각자 입장에선 CP 진영과 통신사의 공방과 언론의 팩트체크가 부족했다”며 “제3의 기관에서 사실만 가려주고, 그 이후에 논쟁을 전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망 이용대가 문제와 관련한 공론장을 건전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규범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국익이 빠지면 안된다”며 “인터넷 환경에 맞는 공익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정책 당국자는 사업자 간 문제 조정과 더불어 현재의 상황을 국민이 알기 쉽게 도움을 주는데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