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축구 선수를 배출한 세류초, 안홍중, 수원공고, 명지대는 박 선수가 영국 프로축구구단 맨유로 이적했을 때 총 3억6000만원을 맨유로부터 받았다. 얼핏 생각해 보면 맨유의 감사 표현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FIFA의 '연대 기부금'(Solidarity Contribution) 규정에 따라 받은 금액이다. 연대 기부금은 군소 클럽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FIFA가 규정한 제도다. 모든 선수는 부와 명예가 있는 상위리그에서 뛰고 싶어 한다. 하부리그 군소 클럽은 '실력 있는 선수'를 상위리그에 빼앗겨서 '실력 있는 선수를 여러 명 기를수록 나중에는 클럽 성적이 떨어지고, 운영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 연대 기부금이다.
우리가 겪는 IT 인재 부족 문제를 연대 기부금제도에서 배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재는 '양과 질이 모두 부족한 문제'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공급과 현장 기반의 전문가 양성'이라는 두 해답을 모두 만족해야 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가 겪는 '일할 사람이 없다'라는 IT 인재 부족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재가 부족하다'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양적인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간이 걸린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데 12년의 정규과정을 거쳐야 하고, 기술적으로 자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 기반에서 적어도 3년에서 4년의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재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업이 신입직원을 비롯한 저숙련 인재를 선발해서 양적으로 충족시키고, 이 인재 중에서 숙련과정을 거쳐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현장 기반의 전문가 양성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직원이야말로 산업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인력이다.
문제는 대부분 기업은 신입직원을 선발해서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부분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채용인원이나 공고만 살펴보아도 대졸 신입 선발 인원은 찾아보기 어렵고, 각종 구인 구직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경력직 선발'이 주류이다. 적어도 IT 인재 선발에서는 신입직원 선발보다 너도나도 '경력직'을 뽑는 데만 경주하고 있다. '경력직'만을 선호하는 이유는 '잘 성장시켜 놓으면 대기업이나 유명한 벤처기업에 좋은 일만 시킨다'라는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직 주기가 짧아지고, 몸값이 올라가면서 피해의식은 더욱 공고해졌다.
지금 당장보다 앞으로 몇 년 후가 더 걱정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몇 년 후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실력 있는 IT 인재를 기르지 않으면 노령화, 사업 확대, 커리어 관리방법 변화 등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지금 당장은 중소기업 인력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문제이겠지만 나중에는 대기업과 유명 벤처기업 간 문제가 될 것이고, 종국에는 대기업·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실력 있는 IT 인력 부족'이 전체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 될 것이다.
이를 우리보다 먼저 겪은 곳이 있다. 앞에서 밝힌 FIFA다. 높은 수준의 선수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군소클럽과 대형 유명 클럽 모두 상생하기 위해 교육기관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노력한 결과가 앞에서 말한 '연대 기부금' 규정이다. 여기서 배워야 한다. 물론 규정 모두를 그대로 준용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규정의 근간을 이해하고 우리에게 맞도록 활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3년 동안 이직을 통해 발생한 연봉인상분을 이적료로 산정, 해당 인력이 교육·근무한 학교와 기업에 몸담은 기간만큼 이적료를 분할하고 매년 정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얼핏 생각해 보면 '이렇게 하면 대기업만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만약 성장한 인력이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면 그 비용을 다시 받게 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더 큰 수혜자가 된다. 유명 스포츠클럽에 트레이드 시장이 있는 이유다.
학교·기업이 모두 최고의 IT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시스템, 노력을 기반으로 각 개인이 양적·질적으로 발전하는 것, 인재를 이용해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 한다. 개인·사회·산업적 선순환을 위해 외부로부터 배우고 이를 적극 활용할 시점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james@i-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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