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오픈톡 1630개 생성
스포츠 중계 같이 보기 특화
카카오, 하루 이용자 900만명
오픈링크 앱까지 출시 예정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과 메신저 서비스의 확장판으로 '오픈채팅'에 무게를 실으면서 또 다시 맞수경쟁이 펼쳐졌다. 시작 시점과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결국 관심사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로 넓혀가면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이들이 최근 들어 오픈채팅에 주력하는 데는 신규 이용자의 유입을 늘릴 수 판을 만들수 있고 광고 채널 확보로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가 지난 2015년 8월부터 운영해 왔던 카카오톡 오픈채팅은 현재 평균 일간활성화이용자수(DAU) 900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오픈채팅 사용자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대비 76% 늘었고 오픈채팅 수신·발신 양도 같은 기간 78% 증가했다.
지난 3월에 취임한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이러한 상승세에 주목했다. 남궁 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카카오톡이 지인 간 연결을 중시했다면 카카오톡 내 오픈채팅으로 공통 관심사를 가진 비지인 간 연결을 활성화하겠다”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오픈채팅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진입점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카페, 밴드 등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실시간 소통보다는 게시판 형식의 정보공유 목적이 컸다. 이에 실시간 소통 기능을 갖춘 '드라마 TALK' '스포츠 응원톡' 등을 오랜 기간 운영해 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나의 해방일지' '신사와 아가씨' 등 올해 인기를 끌었던 6개 드라마의 채팅에는 무려 36만명 사용자가 모이기도 했다. 올해 프로야구 중계에는 경기당 평균 2만6000개 채팅이 쌓이기도 했다. 같은 팀을 함께 응원할 수 있는 스포츠 'MY티켓'은 누적 2684만장이 발급되기도 했다.
네이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달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대화하는 '오픈톡'과 하나의 이슈를 다수가 한 곳에서 이야기하는 '이슈톡'을 시작했다. 수면 위로 올라온 네이버 '오픈톡'과 카카오 '오픈채팅'이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오픈채팅 전략
양사의 오픈채팅 전략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우선 카카오는 운영 분야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스포츠, 드라마 등 특정 주제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대해 오픈채팅방을 개설할 수 있다. 네이버는 스포츠 분야에 한해 오픈톡을 운영하는 버티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농구, 배구, 농구, 골프 등의 스포츠 종목을 세분화해서 다양한 종목, 카테고리, 키워드를 설정할 수 있다. 특히 오픈톡 내 '중계 같이보기' 기능을 제공, 함께 응원하며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 서비스는 오픈 이후 일평균 약 20만명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으며 12일 기준 약 1630개 오픈톡이 개설됐다.
카카오도 스포츠, 드라마 등 특정 주제를 대상으로 한 오픈채팅방을 운영 중이다. 지난 7월 다음 검색 결과에 '오픈채팅 바로가기'를 추가하기도 했다. 카카오 역시 새로 방영하는 드라마나 스포츠, 연예 등 다양한 분야나 주제로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오픈채팅에 '보이스룸' 기능도 추가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오픈채팅에서 텍스트 기반 대화뿐만 아니라 음성 대화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게 함으로써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더욱 생생하게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방장봇' 기능도 도입했다. 이는 오픈채팅방 내에서 방 관리자(방장)가 설정한 항목에 따라 메시지를 자동으로 응답해주는 기능이다. 반복 전송하던 메시지나 질문 등을 사전에 등록해 오픈채널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또 다른 차별점은 카카오 오픈채팅에서는 오픈 프로필을 열어 모든 오픈채팅방에 동일하게 참여할 수 있고 일대일 대화도 가능하다. 네이버 오픈톡은 채팅방별로 프로필을 개별 설정해야 하며 일대일 대화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기존 서비스와 접목…'오픈채팅' 활용 범위 확대
양사 모두 오픈채팅의 잠재적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남궁 대표는 그간 집중해온 지인 기반 소통을 넘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끼리 소통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카카오 유니버스'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 첫 단추가 오픈채팅을 활용한 '오픈링크' 서비스다.
카카오는 오픈채팅을 '오픈링크'라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국내에 출시해 기반을 다지고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멜론,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맵, 카카오웹툰 등 카카오의 다양한 콘텐츠와 오픈링크 접점을 넓혀 기존 메신저 플랫폼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사용자를 보듬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스포츠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기존 서비스와 접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포츠 커뮤니티는 차세대 커뮤니티 전략의 일환으로 서비스 사용성에 대한 실험을 시작한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에 접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수연 대표도 2분기 실적발표에서 “네이버 플랫폼 안에는 이미 다양한 버티컬 주제형 서비스가 있다”며 “이용자가 관심사에 따라 모이고 소통하며, 커머스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신규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내 사용자의 체류 시간은 수익과 직결된다. 양사는 오픈채팅을 통한 신규 사용자 유입은 물론, 이들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광고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심사 맞춤형 광고를 전개하는 등 새로운 수익성 모델도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