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한 중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반도체 설계 기업 ARM 매각 또는 전략적 제휴 등과 관련한 논의를 나눌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손 회장은 약 일주일 동안 한국에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ARM의 모회사가 소프트뱅크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중남미와 영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다음 달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오는데,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손 회장 측에서도 ARM과 삼성전자의 전략적 협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의 CPU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AP칩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지식재산(IP) 판매 업체다. 세계 스마트폰 칩 설계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AP 칩 점유율도 90%에 달하는 반도체 설계업체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IT 기기의 AP 설계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ARM과 협력하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하겠다는 청사진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ARM을 인수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2020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 했으나 규제 당국의 '독과점' 지적으로 무산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반도체 1위, 파운드리 2위의 시장 지위를 고려할 때 독과점 문턱을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이 만나 삼성이 ARM에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취득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거나,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손 회장의 방한 기간 SK와 접촉 가능성도 제기된다. SK도 앞서 컨소시엄 방식으로 ARM 인수를 선언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