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를 제조하는 이스라엘 키르얏갓 반도체 제1공장. 반도체 공장(팹)에 들어가기 위해 방진복을 갈아입고 눈만 내놓은 채 에어 샤워실로 이동하자 좌우 양옆에서 고압의 공기가 쏟아졌다. 먼지 하나도 허용되지 않는 청정 지역인 반도체팹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노트와 펜을 쓰는 것도 금기 사항이다. 인텔이 특수 메모장, 볼펜을 제공했다. 먼지가 나오지 않는 특수 소재 메모장이다.
팹내부에는 노란빛이 감돌았다. 팹은 반도체 생산에 광학 영향 적은 황색 파장의 특수 조명을 사용한다. 천장에 달린 레일을 따라 웨이퍼 이송장치(OHT)가 '지이잉' 소리를 내며 바쁘게 누볐다. OHT는 반도체 웨이퍼를 팹 구석구석으로 옮겼다.
인텔 관계자는 “OHT 1대당 25개 웨이퍼 원판을 옮기는데 장치에는 인공지능(Al), 머신러닝(ML) 기술이 접목됐다”며 “웨이퍼 이송 속도가 비행 속도를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인텔은 20억달러(2조9000억원)를 투자해 이스라엘 Al 스타트업 하바나랩스를 인수했다. 하바나 Al, ML 최신 기술은 CPU, 그래픽처리장치(GPU)뿐만 아니라 OHT에도 적용됐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고가의 장비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웨이퍼 이동 경로를 최적화한다.
이스라엘 팹은 풀가동 중이었다. 과거 CPU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해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현재 100% 가동률로 PC, 노트북, 서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인텔 관계자는 “이스라엘 키르얏갓 팹은 '랩터 레이크' 신제품 생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CPU 수요에 대응해 증설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100억달러 투자한 CPU 전용 생산 라인
인텔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이다. D램과 낸드 플래시와 같이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한 때 만들었고, 지금은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전자 기기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만든다.
이스라엘 팹은 스마트 기기에 들어가는 CPU를 생산한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델테크놀로지 등의 PC, 노트북에 탑재된 CPU는 이스라엘 수출 기여에도 한몫하고 있다.
인텔의 이스라엘 팹28은 100억달러(14조4000억원)를 투자한 CPU 전담 생산 기지다. 팹28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ASML, 도쿄일렉트론(TEL), KLA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를 도입해 반도체 웨이퍼를 찍어낸다.
생산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트북용 12세대 '엘더 레이크', 13세대 '랩터 레이크' 수요를 책임질 예정이다. 현장 투어를 도와준 인텔 관계자는 “팹28은 이스라엘에 수천개 일자리를 가져다준 곳”이라며 “고객사 요청에 발맞춰 CPU 신제품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품 결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 관리도 엄격했다. 인텔 이스라엘 현지 직원들은 웨이퍼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스크린 모니터에 눈을 떼지 않았다. CPU는 고성능 반도체로 마이크로미터 크기 파티클이 붙어도 결함이 생긴다. 때마침 결함 관리실에서 CPU 결함 유무 확인에 여념 없는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팻 겔싱어 CEO, 100억달러 추가 투자 팹 증설
인텔은 CPU 등 반도체 생산을 위해 1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한다. 2024년 차세대 CPU 생산을 위해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하이NA)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서버용, 노트북, PC용 CPU를 최선단 옹스트롬 공정을 이용해 생산한다. 인텔은 종합반도체(lDM) 2.0 제시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인텔 현지 관계자는 “스마트 기기에는 고성능, 저전력, 고효율 반도체를 써야 한다”며 “팹38은 미국 풋볼 스타디움 네 배 크기로 EUV를 신규 도입할 반도체 생산은 완성 단계”라고 강조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