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디지털 휴먼 성공법칙 '리얼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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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섭 에픽게임즈 코리아 본부장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유독 눈에 띄는 생일 축하 광고를 접했다. 언뜻 보면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K-팝 아이돌로 보이는 디지털 휴먼 '한유아'가 그 주인공이다. 디지털 휴먼이 생일 광고에 등장한 배경 또한 재미있다. 제작사가 주도해서 홍보용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팬들의 기부를 통해 광고 게재까지 성사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휴먼은 과거 '그저 사람처럼 생긴 3D 이미지' 정도의 인식에 그쳤다. 최근에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진화하고 있다. 뉴스, TV 음악 쇼 같은 라이브 방송에 출연하는가 하면 SNS를 통해 팔로워와 소통하는 등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고 있다. 유튜브나 틱톡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SNS를 통해 그날그날의 일과를 자랑하기도 한다. 신제품 론칭 라이브 등 광고계에서도 인기를 뽐내고, 심지어 사람처럼 스케줄 관리도 한다.

디지털 휴먼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지금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활동한 사이버 가수 아담 또는 그 전신까지 거슬러 갈 수 있다. 아담이 데뷔 초의 큰 관심과 달리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유는 비주얼이 요즘만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과 직접 소통하지 못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실시간 소통에 요구되는 막대한 제작 비용과 렌더링 시간이 발목을 잡았다.

약 30년 만에 다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요즘의 디지털 휴먼은 리얼타임 3D 엔진 기술 발전과 함께 대중과 소통하는 점이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이다. 언리얼 엔진의 리얼타임 3D 렌더링 기술이 적용된 '이솔'(SORI)은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쇼호스트로 등장,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화장품 브랜드와 진행한 첫 라이브 방송은 80만뷰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역시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과 실시간 모션 캡처 기술로 팬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는 아뽀키는 대한민국의 버추얼 아티스트로,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 370만이 넘는 인기와 인지도를 보유하며 정기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형석 사단이 제작한 3인조 버추얼 그룹 '사공이호'(SAGONG_EE_HO)는 버추얼 그룹 최초로 공중파 음악 방송인 '인기가요'에도 출연, 현장 스태프와 실시간으로 호흡을 맞추며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디지털 휴먼의 인기를 견인한, 소통을 가능케 한 배경에는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과 같은 3D 엔진의 '리얼타임' 렌더링이 있다. 렌더링이란 모니터에 보일 3차원의 공간에 빛, 위치, 색상 등을 계산해서 2차원으로 모니터에 띄어 보이는 과정을 말한다.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영화 속 장면이 이러한 렌더링의 결과물이다. 리얼타임 렌더링은 말 그대로 렌더링을 '실시간'으로 끌어올린 기술이다. 영화 속 컴퓨터그래픽 장면에 사용되는 오프라인 렌더링 기술로는 며칠이 걸리던 작업이 리얼타임 렌더링을 통해 몇 분 만에 가능하다. 이는 많은 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한 디지털 휴먼 제작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디지털 휴먼은 더 이상 화면 속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상으로 나오려고 온 힘을 다해 몸부림하고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온 말처럼 앞으로 디지털 휴먼은 리얼타임 3D 기술로 '가상 인간'이라는 기존 인식의 틀을 더 빨리 깨뜨리며 태어날 것이다. 디지털 휴먼이 알을 깨고 성공하려면 '리얼타임'은 필수다.

신광섭 에픽에임즈 코리아 본부장 kwangsub.shin@epic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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