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 물가 인상과 공급망 교란으로 먹거리 확보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불거지고 있다. 많은 국가가 외국으로부터 원활한 먹거리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체적으로 농산물을 수급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팜 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팜이란 작물 생육정보와 환경정보 등 정확한 데이터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작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점검하고, 적기 처방을 함으로써 노동력·에너지 양분 등을 종전보다 덜 투입하고도 농산물의 생산성과 품질 제고가 가능한 농업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농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날씨와 같은 외부 환경을 완벽히 통제할 뿐만 아니라 인위적으로 변경, 농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환경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놓여 농산물 자급자족이 어려운 많은 국가가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농업을 수행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스마트팜 시장은 지속 성장 추세다. 세계 스마트팜 시장 전망 결과, 2022년 시장규모는 약 4080억 달러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약 16.4% 정도 성장률로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국내 스마트팜 시장은 2017년 4조4493억원에서 연평균 5% 성장, 2022년에는 5조9588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농장 디지털화로 인터넷을 통해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하고 전통 농업에 비해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으나 고령 농업인은 접근하기 어려워했다. 그 뒤에 더더욱 진화·발전한 스마트팜 기술은 인공지능과 동식물의 생체정보 등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 생산을 위한 의사 결정을 지원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소재기술과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복합에너지 최적 관리 및 로봇과 지능형 농기계를 활용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스마트팜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 수준이라 할 때 네덜란드(99.1%), 일본(97.5%), 독일(93.3%), 영국(89.5%), 호주(83.4%) 순이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기술 수준은 0.5년 이내로 이외 국가에 비해 격차가 작은 편이다. 한국 스마트팜 수준은 각국의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약 70%의 수준으로, 기간을 설정하면 약 5년 정도 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팜은 유통, 소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농업생산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생산 중에서도 모니터링 및 제어단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최적화 알고리즘 개발, 로봇 등과 연계된 자동화 기술 등은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우리 농가에 적용되고 있는 스마트팜 시스템은 주로 환경정보(온·습도, CO2, 조도 등) 기반으로 스마트 미디어를 통해 재배시설의 개폐 및 제어(보온덮개, 천창, 커튼, 환풍기, 스프링클러, 양액, 열풍기 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정부도 스마트팜 전후방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팜 실증단지' 중심으로 스마트팜 기자재 전시·테스트, 스마트팜 체험, 스타트업 창업 지원 등을 통해 기자재·바이오 등 실증연구와 제품화를 추진 중이다. 그리고 농업현장에서는 스마트팜 대부분 기업의 제품성능이 수입한 핵심 부품을 이용한 조립 수준에 그쳐 농업인 신뢰도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표준화 및 인증체계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마트팜 기술 발달의 추세를 보았을 때 농업은 '농사'가 아니라 '농과학' 수준으로 올라왔다. 이제 농업 발전을 추진해야 할 전략·전술 역시 새로운 방식을 고려한 전략·전술로 변경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듯하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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