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흥행 실패...금융위, 홍보만 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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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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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 후 선보인 안심전환대출이 초반 흥행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개선책을 내놓기는커녕 홍보에만 열중하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서민·실수요자가 보유한 변동금리·준고정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정책 상품을 말한다. 서민 실수요자용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을 25조원 규모로 접수 중인데 지금과 같은 실적으론 한도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출시 첫날인 지난 15일 신청 건수는 2406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2386억원이었다. 20일까지 안심전환대출 신청 건수도 1만771건(금액 1조104억원)에 그쳤다.

2015년 첫 번째 안심전환대출 판매 당시엔 첫날에만 4조원어치 신청이 들어오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2019년 두 번째 안심전환대출도 출시 닷새 만에 한도인 20조원을 모두 채웠다. 첫 번째보다 신청이 90% 이상 감소하면서 업무 과부하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주금공과 6개 은행(국민·신한·농협·우리·하나·기업은행)에 업무 과중과 같은 직원들 불편 신고는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흥행 실패 요인은 가입 문턱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이전에 비해 금리(최대 연 4.0%)가 높고, 주택 가격도 4억원 이하로 제한돼 있다. 특히나 이번 달은 3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만 신청받고 있어 신청률이 더 떨어진다.

소득 기준도 까다롭다. 부부 합산 7000만원 이하인 1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어 가능한 모수가 적다. 한도도 최대 2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1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가입 기준이 터무니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6200만원,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2100만원에 이른다.

대출자들이 변동금리를 선호한다는 점도 안심전환대출 판매 부진 원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82.2%로 전월보다 0.6%포인트(P) 증가했다. 금리 상승기에도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 대출을 더 찾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개선책을 내기보다 판매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주금공에선 16일부터 안심전환대출 판매 현황을 '1일 단위' 표로 만들어 언론에 배포하고 있다. 주택 가격 기준을 높이거나 소득기준, 대출한도 등 개선 검토는 일절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에서도 안심전환대출 흥행 부진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출시 초반이고, 이번 주까진 3억원 이하 주택만 신청받고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가 호조를 보일 수는 있다”고 전했다.

[표]안심전환대출 판매 현황(자료: 주택금융공사)

*누적 판매 기간: 9월 15~20일까지.

안심전환대출 흥행 실패...금융위, 홍보만 열중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