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업체 ARM 인수합병(M&A)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의 공동 인수 추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해 기자들과 만나 ARM 공동인수와 관련된 사업 협력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음 달에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오신다”면서 “아마 그런 제안을 할 것인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ARM 인수 관련 제안을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ARM 인수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막대한 인수 자금과 유럽 규제당국으로부터 독과점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공동 인수로 선회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이번 이 부회장의 발언으로 소프트뱅크와 공동 인수 추진으로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높다.
이 부회장은 또 “이번 출장 주요 목적은 오지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정말 열심히 회사를 위해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 격려하러 간 것”이라며 “특사 임명을 받아서 그거 끝나고 영국 가려고 했는데 여왕이 돌아가셔서 일정이 조금 바뀌었다. 그래도 세기의 장례식이라는 데 저도 존경하는 여왕님 장례식 참석 못했지만 같은 도시에서 추모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출장길에 올라 캐나다와 멕시코, 파나마 등 중남미와 영국을 연이어 방문했다. 2주간에 걸친 해외 출장은 지난 2018년 10월 20여 일에 걸친 유럽, 북미 출장 이후 가장 긴 일정이다.
출장 기간 동안 이 부회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해외를 돌며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였다. 지난 8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만났고, 13일에는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과 면담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당초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와 만나 엑스포 유치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조문을 다녀오는 일정으로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