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미래 키워드는 개방·협력…글로벌 합종연횡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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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종합농협으로 운영해온 농협중앙회가 금융기관 리스크 관리 능력 제고를 위해 교육지원 기능을 남기고 '경제'와 '금융' 두 개 지주사(농협금융지주회사, 농협경제지주회사)로 분리 개편한 지 올해 10년이 됐다.

2012년 3월 2일 출범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NH농협금융지주는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 수익원 다각화, 디지털화, 글로벌 진출 등을 추진하며 농협 수익센터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첫해와 비교해 NH농협금융은 총자산이 2012년 245조원에서 2021년 506조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당기순이익도 4514억원에서 2조2919억원으로 증가, 외부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BIS자기자본비율은 11.7%에서 15.5%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8%에서 0.4%로 각각 개선됐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75%에서 9.89%로 성장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전자신문 창간 40주년 특별인터뷰에서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신경분리) 후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0년간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빅배스(기존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털어내는 회계기법)를 단행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등 취약한 손익구조를 개선해왔다”며 “이후 우리투자증권 인수합병(M&A)으로 비금융부문을 강화하고 디지털 혁신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투자하는 등 안정적 손익구조를 만들고 혁신을 꾀하는 노력을 병행해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 2021년 1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 후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외부환경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손익구조를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금융권에서 5대 금융지주로서 NH농협금융 위상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출범 후 두 번째 내부 출신 회장이다. 1990년 농협중앙회 입사 후 기획·전략 업무를 다수 수행했다. 2015년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재임 시절에는 국내 처음으로 오픈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도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전체 금융권 혁신까지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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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지 2년을 앞뒀다. 그동안 성과가 궁금하다.

▲농협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신용사업 수익이 2007년 1조3521억원에서 2008년 3304억원으로 급감했었다. 이후 수익성 회복이 더뎌 신용사업 위기감이 커졌다. 이에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고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후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들은 과거 취약했던 손익 구조를 개선하고 건전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다각도로 펼쳐왔다.

제가 취임한 후에는 다양한 외부변수가 발생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해 이 부분에 집중해왔다.

농협금융이 5대 금융지주로 위상을 제고하고 성장 기반을 갖추면서 공격적 인수합병에 대한 기대가 외부에서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농협금융지주가 비상장사여서 자본확충이 제한적인 점 등을 감안하면 타 금융사들과의 외형 경쟁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 농협금융 전체 계열사와 사업 중 특별히 어느 부분이 취약하다고 보지 않는다.

NH농협금융은 보험·증권·자산운용·캐피탈 등 각 부문별 계열사를 고루 갖췄다. 동종 업권에 비해 규모가 작고 방카슈랑스 25% 룰 예외 적용 때문에 자동차보험 등을 취급하지 못하는 핸디캡이 있긴 하다.

취임 당시에도 대규모 인수합병을 포함해 지주사 간 외형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대신 '합종연횡' 전략으로 계열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차별화된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확대 전략을 어떤 모습으로 그렸나.

▲농협금융은 해외 사업에서 '합종'과 '연횡'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합종은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디지털 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지 플랫폼 기업과 제휴를 확대하고 농협금융 계열사 간 공동 투자 펀드로 현지 유망 핀테크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자 한다. 최근 2000억원 규모 디지털 전략(SI) 펀드를 계열사 공동으로 조성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보다 디지털 생태계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법률 제약도 적어서 국가 간 경계를 뛰어넘어 동남아 전체를 아우르는 디지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농협금융의 경우 NH투자증권과 NH농협은행이 먼저 동남아 기반 해외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새 투자시장으로서 동남아 지역이 시장 성장성, 접근성, 시장 이해도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합종 전략이 신흥국인 동남아 지역 중심으로 성장을 추구한다면 연횡 전략은 선진 금융허브에서 기업금융(IB) 채널을 구축하고 글로벌 자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뉴욕, 홍콩, 런던, 시드니에 글로벌 IB데스크를 마련해 그룹 차원의 IB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은행 호주 시드니지점이 최종 인가를 받아 지점영업을 시작했다.

선진국 시장은 자산이 계속 형성되는 지역이다. 국내에서 형성한 자금을 더 수익성 높은 시장에 투자하는 차원이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은 사회간접자본(SOC)이 낙후해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투자가 활발하다. IB는 선진국에서 유효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현지에서 투자 대상을 물색하거나 금융기관 간 협업을 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선진시장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은행이 합류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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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부문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비금융부문 사업 고도화 계획이 있는가?

▲자산운용사, 증권, 보험, 벤처투자, 캐피털 등 비은행 계열사도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 증권은 업계 상위기업으로 성장했고 자산운용은 6위 규모이지만 아직 보험, 벤처투자, 캐피털, 리츠 등은 시장 영향력을 더 보강해야 한다.

비금융부문은 해외사업 강화 전략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안정적,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면 전 계열사에 수익 구조를 고르게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렛대 삼아서 그룹 IB 커버리지를 강화하고 NH농협캐피탈의 중국·인도 등 합작법인을 활용해 현지화 기반을 조기 확보하려 한다. 이를 기반으로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 성장과 상호 시너지 확대를 도모할 방침이다.

보험사업은 사업구조 개편 후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금리 인상,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 등으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금융지주 내 '보험전략팀'을 중심으로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과 협업해 경영체질 개선, 사업구조 혁신 등 보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설립한 농협리츠운용은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해 올해 흑자로 전환했다. 우량 신규 투자처를 계속 발굴하고 있다.

NH농협카드는 지난 7월 말 기준 카드이용액 기준 업계 5위를 기록해 양호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앞으로 농축협, 경제계열사 등 농협만이 가진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범농협 시너지로 농협 카드사업이 선도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집중할 방침이다.

-범농협 시너지 전략을 따로 마련했나.

▲농협금융과 상호금융을 합치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상당히 크다. 작년 말 기준 농협금융지주 총자산이 약 506조원, 농협상호금융이 약 700조원으로 합치면 약 1200조원이 넘는다. 이는 국내 1위 금융지주사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타 금융지주보다 더 풍부한 자원을 가진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최근 직원들에게 농협금융과 상호금융 간 시너지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가 보유한 풍부한 자원을 서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과 7월 두 달에 걸쳐 계열사 젊은 실무 직원들이 모여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디지털, ESG, 글로벌 등 주제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이후에는 7개 주제를 바탕으로 27개 세부전략에 대해 금융지주와 계열사 경영진 30여명이 모여 끝장 토론도 했다. 젊은 직원들에게 나온 의견을 잘 듣고 실제 사업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주제별로 계열사 법인과 전략을 공유하고 실무자들이 제안한 과제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비교하면서 직원들 스스로 우리가 가진 자원과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직접 느끼도록 했다.

경영진은 품은 뜻이 커도 현실적으로 임기가 있어 원하는 목표를 임기 내 이루기 어려운 경우가 존재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급적 실무진이 직접 해외 사업장에 가서 네트워크를 축적하고 경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글로벌 IB 부문의 경우 지주, 은행, 증권은 물론 중앙회도 참여할 수 있다. 실무직원 농협이 가진 강점을 스스로 이해해야 외부와의 협업 과정에서도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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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은행이 비 금융업을 비롯해 대체불가능토큰(NFT), 가상자산 등에 진출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일어나고 있다. 농협금융의 미래 사업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덩치 큰 금융사가 새로운 사업을 위해 물량을 지원하면 초기에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신사업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는 별개 문제다. 금융업 DNA를 바탕으로 비 금융업에 직접 도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비 금융업에 진출하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다.

최근 금융사들이 과거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기본적인 사업과 서비스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고객의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뱅킹 서비스는 개인고객 대비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 금융 본질적인 부분을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NH농협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 두 곳에 실명계좌를 제공하고 있다. 거래 계좌를 증권계좌와도 연동해주면 고객은 상당히 편리해지고 우리는 고객 록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런 게 실질적 이익과 효용성을 모두 가져다주면서도 금융사 본질을 더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면서 젊은 직원들과 고객들은 “농협은행에서 이게 돼?”라고 놀랐을 수도 있다. 농협은행의 디지털 혁신과 새로운 시도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효과가 상당했다고 본다.

농협금융과 상호금융이 하나로 움직이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빅테크·핀테크와 시너지를 고민한다면 농협 계좌가 플랫폼화될 수 있다. 앞으로도 농협은 '계좌 기반 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API를 더 확산해야 한다. 고객이 불편을 겪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을 고객에게 미루는 것이다. 이것이 곧 디지털 허들이다.

금융사 플랫폼은 개방과 협력으로 성장한다. 과거 농협은행이 오픈뱅킹의 시초가 된 금융권 첫 오픈 API를 추진한 것처럼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농협금융과 빅테크·핀테크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겠다.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상승 등 경기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을 위한 금융사의 포용금융 역할이 중요해졌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소유한 순수민족자본 금융사다. 농협 수익 대부분을 농업·농촌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중앙회와 농축협, 농업인 대상으로 매년 3조원 규모 직·간접 지원을 하고 있고 정부 특별대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재 범농협 차원에서 포용금융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총 26조원 규모 서민금융 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농업인, 청년 등 금융 소외계층과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해 금융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매년 수익 일부를 농업지원사업비로 지원한다. 2019년 4136억원, 2020년 4281억원, 2021년 4460억원으로 3년 연속 4000억원 이상 수익을 농업지원사업비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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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손병환 회장은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쭉 농협에서 근무한 '정통 농협맨'이다.

농협중앙회에서 조직·인사제도혁신단 팀장(2005년), 기획조정실 기획팀장(2010년), 기획실장(2016년)을 지냈다. 농협미래경영연구소장(2018년),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2019년), 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2020년)을 지내며 농협의 '전략·기획통'으로도 불린다.

디지털금융 부문에서는 2015년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재직 시절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오픈 API를 도입하는 디지털 혁신을 꾀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당시 손 회장은 농협은행 오픈API를 확산시켜 다양한 핀테크 기업 서비스와 연계하는 혁신을 시도했다. 당시 오픈 API는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전 은행권으로 확산됐으며 이후 카드, 증권, 보험 등 전 금융권으로 확산한 오픈뱅킹의 기반이 됐다.


대담=길재식 디지털금융부장 osolgil@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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