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금속 등 특정 물질을 얇은 두께의 박막으로 형성하는 과정을 증착이라고 한다. 원자층증착(ALD)은 원자 정도의 두께로 박막을 한층 한층 형성해나가는 공법을 의미한다. 공정 과정에서 많은 소재(소스)를 공급해도 1개의 원자층만 쌓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단계 공정에 1개 원자층만 형성되기 때문에 적층 원자수를 통해 막 두께를 제어하는데 용이하다.
전통적 반도체 증착방식으로는 물리적증착(PVD)과 화학기상증착(CVD)이 있다. PVD는 금속 박막을 증착할 때 스퍼터링 등 방식으로 활용, 화학반응을 수반하지 않는다. 챔버 안에 있는 아르곤가스를 이온화한 다음 증착이 필요한 기판과 증착 물질에 서로 다른 전압을 걸어 물질이 기판에 증착되도록 한다. 저온공정에서 진공 상태로 진행, 불순물 오염이 적지만 증착 속도가 느리고 박막 접합성이 떨어지는 것이 약점이다. CVD는 가스 화학 반응으로 형성된 입자를 에너지를 받은 증기 형태로 쏴 증착하는 방법이다. PVD보다 접합성과 박막 품질이 좋지만 미세한 두께 조절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ALD는 PVD와 CVD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원자 수준의 매우 얇은 층을 안정적으로 형성하면서 박막 품질도 높인다. 1970년 핀란드에서 '원자층에피택시'란 이름으로 처음 개발된 후 일부 산업에서 조금씩 쓰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분야에서 처음 응용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제조사 가운데 ALD 기술이 가장 앞선 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손꼽힌다.
반도체 공정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ALD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에 따르면 국내 ALD 시장 규모는 2020년 6억1800만달러로 추정된다. 연평균 7.3% 성장해 2030년에는 12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ALD 장비 관련 기업으로는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유진테크, 디엔에프, 제아이테크 등이 손꼽힌다. 글로벌 ALD 기업으로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도쿄일렉트론(TEL), 램리서치, ASM 등이 상위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에서 주로 활용했던 ALD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얇고 고품질 박막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LD도 넘어야할 산이 있다. 바로 공정 속도다. 원자층을 차례로 쌓기 때문에 시간 당 막 성장 속도가 느리다. 최근 ALD 공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플라즈마를 활용한 'PEALD'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TIPA는 “ALD 시장은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전자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소형 전자기기의 급격한 성장은 ALD 기술의 생산과 소비를 크게 촉진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