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환율·수요 둔화 악재
중견업체 '위기대응팀'도 가동
실적 개선·비용 효율화 안간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중견 가전사 2분기 실적 추이 국내 중견 가전업계가 비상경영 체제로 돌아섰다. 수요 둔화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지면서 신규 투자 집행을 유예하는 등 긴축 기조를 강화했다.
SK매직, 위니아, 휴롬, 신일전자 등 주요 중견 가전사는 올 하반기 들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거나 이에 준하는 경영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되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재고 관리 강화, 수요 확대 전략 제시 등 전사 차원의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SK매직은 지난달 하반기 시작과 함께 '위기대응체제'로 전환했다. 회사는 하반기 실적 개선 전략을 도출하고 필요치 않은 예산 집행을 유예하는 등 비용 절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위니아도 생산성 향상, 제조 라인 합리화 등 필수 투자 외 비용 집행을 미루는 강도 높은 경비 절감에 들어갔다. 청호나이스는 지난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위기 대응에 나섰다. 10여명으로 구성된 TF는 업무 프로세스와 비용 구조 효율화를 목표로 운영된다.
신일전자와 휴롬도 수요 둔화 여파로 실적 부진과 함께 재고 증가,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서큘레이터, 원액기 등 주력 품목의 성장률을 감안해서 생산량을 늘렸지만 갑작스러운 수요 둔화에 재고가 급증했다. 판매 부진이 깊어지면서 올해 초에 제시한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 목표도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 전년 수준으로의 재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가전업계의 비상경영 체제 전환은 상반기 실적 부진과 하반기의 부정적인 경기 전망 영향이 컸다. SK매직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 감소한 103억원에 그쳤다. 위니아는 올해 상반기에 적자로 전환했다. 신일전자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44% 줄었다. 원자재·물류 비용이 폭등한 데다 환율까지 고공 행진을 이어 가며 주요 부품 수입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전업계는 하반기 이사·혼수 시즌과 대형 스포츠대회(월드컵), 연말 유통 이벤트 등 실적 반등 요인에 기대를 건다. 이 기간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전사 조직 역량을 한데 모으기 위한 요소로 '비상경영' 메시지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전뿐 아니라 전 산업이 수요 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면서 “수요 둔화 요인이 인플레이션, 금리 등 기업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인 만큼 비용 절감 등 긴축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