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 '탑건1' 이후 36년 만에 개봉된 후속작 '탑건:매버릭'이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흥행 열풍을 몰고 왔다. 스토리와 등장인물, OST 등에서 전작을 상당 부분 계승하면서도 F-14(톰캣)에서 F/A-18E(슈퍼호넷)로의 전투기 진화를 반영하듯 더욱 역동적이고 스릴 넘치는 공중전과 전투기 실제 탑승 촬영이라는 아날로그의 힘, '대체 불가능한 톰 크루즈(NFT, Non-Fungible Tomcruze)'의 존재감, 그리고 성공한 작품들이 그러하듯 무성한 후기들이 어우러져 여운과 화제가 가시지 않고 있다. 아울러 비행편대에서 리더의 엄호와 지원을 담당하는 윙맨이 새삼 주목받는 계기도 됐다.
윙맨 역할을 일탈한 무모한 비행으로 팀을 수차례 위험에 빠뜨리고 절친 구스 사망의 단초를 제공했던 탑건1의 '매버릭', 걸출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윙맨 역할에 충실하지 못해 선발에서 제외된 탑건:매버릭의 '행맨'은 화려한 주연은 아니지만 성공적인 작전을 위해 불가결한 윙맨의 소중함을 대변한다.
걸출했던 원작보다 나은 속편으로 평가되며 벌써 차기작 전망들이 대두되는 가운데, 실제로 탑건3이 나온다면 화제의 윙맨 역할은 누가 담당하게 될까? 아마도 윙맨의 인간 배역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무인전투기가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 분야에도 급속히 확산되는 무인화 바람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은 산업지형뿐 아니라 전쟁 패러다임과 일국의 국방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국방무기체계의 특정 분야가 아니라 지휘통제·통신, 감시·정찰, 기동, 함정, 항공·우주, 화력, 방호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적용으로 무인기 운용이 급증하는 항공분야는 첨예한 경쟁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분야로 현재 선도국 연구개발(R&D)은 자율 기동 및 전투 기능을 가진 무인전투기로 향하고 있다. 대표적 군사 강국인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러시아 등 방위산업과 첨단기술력을 보유한 다수 국가들이 무인전투기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언론을 통해 알려진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미국의 스카이보그와 ACE(Advanced Combat Evolution), 호주의 로열 윙맨, 영국의 프로젝트 모스퀴토, 프랑스와 독일의 FCAS(Future Combat Air System) 등이 대표적이다.
◇유인전투기 리더와 무인전투기 윙맨의 협력전투 역량 제고에 초점
방위산업의 글로벌 리더인 미국의 무인전투기 개발 방향은 두 축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무인기 자체의 자율 기동·전투역량 확보가 한 축이고, 다른 하나는 전투기 편대를 이끄는 유인 전투기와 윙맨인 무인기들 간 협력 전투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으로 인간 조종사가 지휘 임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유인기에서 조종사의 역할을 대거 AI에 위임하는 것을 포함한다. 스카이보그프로젝트가 전자라면 ACE 프로그램은 후자에 해당한다.
스카이보그는 2023년까지 '조기운용능력(EOC)'을 갖춘 자율비행 무인전투기 시제품 개발과 시험비행을 목표로 미 공군연구소가 주관하고 있다. 공군연구소는 스카이보그가 비행과 제어를 담당하는 단순한 알고리즘부터 특정 작전이나 하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복잡한 AI까지 포괄하는 저비용·소모성 무인전투기라고 설명한다. 동 프로젝트의 무인기 선정 공고에는 다른 항공기와 기타 장애물과의 충돌 회피, 악천후에도 자율 비행과 이착륙 가능, 사람이 조종하는 경우 서툴거나 전혀 경험이 없더라도 쉽게 조작 가능, 기체와 페이로드 구조를 분리할 수 있는 모듈식 설계 등이 요구되었는데 크라토스의 발키리(XQ-58A)가 선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디펜스뉴스 등에 의하면 2020년 1월 이미 4차 시험비행에 성공한 바 있던 발키리는 스카이보그 하에서 자율 비행 및 원격 조종 임무 수행 능력을 집중 테스트하고 있는데 2021년 4월 첫 테스트 이후 최근 2대의 시험비행까지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전해진다. 미 국방성 산하 첨단방위연구기획국(DARPA)은 2020년부터 ACE를 통해 유인전투기에서 자율적으로 도그 파이팅하는 전투 기동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조종사가 전투 참여 여부, 목표 선택, 무기 결정 등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 공격 회피 등 자율비행제어를 AI가 담당토록 하는 것이다. 이는 DARPA의 '모자이크 전쟁' 비전의 일부로 미래전이 유인 시스템과 무인 시스템의 통합으로 전개될 것에 대비, 인간과 기계 간 더 강력한 팀워크 구축을 위한 것이다. ACE는 2020~2024년까지 3단계로 구성되는데 로컬(개인 및 팀 단위) 전술 기동에서 성능과 신뢰도를 입증하고 이후 광역 작전(이종의 다수 항공기 참여)으로 확장하며 최종적으로는 F-16D급에 적용 가능한 풀스케일 공중전 시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간 전투조종사는 과연 사라질까?
'테크라이프 뉴스'는 미래 탑건은 AI 윙맨을 활용하게 될 것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전투기 조종석에서 완전히 배제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문가 전망을 전하고 있다. 2015년 운용에 들어간 F-35 전투기가 마지막 유인 전투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현실도 하나의 근거로 꼽힌다. 향후 수십 년간은 인간 전투 조종사 대체보다는 유인 전투기와 무인전투기의 공존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들이다.
그럼에도 AI를 비롯한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미래전 전개 방향을 어떻게 틀어놓을지 예단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과학기술 역량과 국방력 간 상관도가 날로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지정학(Geo-Politics) 대신 기정학(Tech-Politics)이 더 주목받는 오늘날 과학기술진흥은 보다 넓고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것임을 일러준다.
글 : 이효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