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맥스오토 인수로 국제 인증·우수 인력 확보
기존 사업 역량 강화…제조·영업 등 역할 분담
산업용 라이다 매출 쑥쑥…車시장 공략 채비
신기술 접목 안전·편리성 갖춘 장비 개발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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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택 카네비컴 대표 <사진 박지호기자>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화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커넥티드카가 보편화됐다. 자율주행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 운전자 개입이 필요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도 수년 내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정종택 카네비컴 대표도 시대 흐름에 맞춰 최근 고심 끝에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자동차 부품사 휴맥스오토모티브를 인수한 것이다. 은행 대출도 처음 받았다. 완성차 업계에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자동차부품사로 도약하기 위한 결단이다.

카네비컴은 2001년 내비게이션으로 사업을 시작한 회사다. 이어 룸미러 하이패스, 블랙박스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커넥티드카 등장과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차량대 사물통신(V2X) 모듈과 라이다 센서, 도메인 컨트롤 유닛(DCU) 개발·제조·판매에도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제품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에 이른다”며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담=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부장

-휴맥스오토모티브 인수 배경은 무엇인가.

▲휴맥스오토모티브는 카네비컴이 갖춰야 할 많은 것을 갖고 있는 회사였다. 카네비컴이 자동차 부품사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인증을 받아야 했고 인력 충원도 필요했다. 기존 사업 경쟁력을 더 키우려는 카네비컴과 제조에서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휴맥스 그룹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휴맥스오토모티브는 카네비컴과 달리 차량용 전자·전장부품 소프트웨어(SW) 개발 프로세스 국제 표준인 '에이스파이스(ASPICE)',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부설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SEI)에서 개발한 SW 및 시스템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능력 평가 모델인 CMMI 등 인증을 갖추고 있다. 카네비컴이 직접 완성차 제조사 요구 조건을 갖추려면 3~4년 시간과 300억~400억원 투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2년간 고민한 끝에 지난 7월 1일 인수를 확정했다.

-휴맥스오토모티브는 어떤 상황인가.

▲휴맥스오토모티브는 1971년 대우전자 차량용 오디오 사업본부로 사업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사업 목적에 '라디오'도 있다. 전체적인 정비가 필요하고, 카네비컴과 협업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카네비컴에 인수되면서 휴맥스오토모티브 임직원 분위기는 예상보다 좋다. 카네비컴에 합류한 인력은 약 85명이다. 이들은 그동안 실적이 하향세에 있어 사기가 떨어져 있었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옛 휴맥스오토모티브 대표이사였던 안근백 카네비컴 연구소장을 내정했다. 호실적을 냈던 대표였기에 반기는 직원들이 많다.

휴맥스오토모티브 임직원들에게 우리사주도 나눠줄 예정이다. 임직원도 회사의 주인이다. 회사 성장을 위해 모두 힘을 합치자는 차원이다. 그동안 축소됐던 영업도 강화해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카네비컴과 시너지 방안이 궁금하다.

▲카네비컴과 휴맥스오토모티브는 역할을 분담해 움직일 예정이다. 휴맥스오토모티브는 계기판, 어라운드뷰,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관련 사업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SW 역량을 키워갈 계획이다.

카네비컴은 기존 라이다, DCU, V2X 연구개발(R&D)을 이어간다. 카네비컴이 개발한 제품도 휴맥스오토모티브가 사용 용도에 맡게 애플리케이션을 구성해 판매할 계획이다. 대신 제조는 카네비컴이 맡는다. 현재 인천 청라에 약 4000평 부지를 구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휴맥스오토모티브가 티어1 자동차 부품사 지위에 있는 만큼 완성차 제조사, 주요 자동차 부품사에 대한 영업과 납품을 도맡는다. 라이다, V2X에 이어 DCU도 내년 양산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미래차 부품은 적용 가능한 곳에 모두 공급할 방침이다. 농기계, 이륜차, 선박 등 모든 모빌리티가 대상이다.

두 회사 고객사가 달라서 서로 부딪힐 일은 없다. 사업을 영위하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 휴맥스오토모티브는 제너럴모터스(GM), 르노, 현대모비스 등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카네비컴 입장에서는 추가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반면에 카네비컴은 자동차 관련 부품도 애프터마켓 제품이고 나머지 제품도 산업용 솔루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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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택 카네비컴 대표 <사진 박지호기자>

-사명 변경과 합병도 고려하나.

▲당연하다. 카네비컴이 인수한 만큼 사명도 변경 예정이다. 직원들과도 의견을 나눠봤는데 카네비컴의 '컴'을 유지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카네비컴은 '카네비모빌리티', 휴맥스오토모티브는 '카네비오토모티브'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사명 변경과 함께 기업 CI(Corporate Identity)도 바꿀 방침이다.

지금은 합병 계획이 없다.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어느 회사가 잘될지 모른다. 합병을 목적으로 인수한 건 아니다.

-라이다 사업 전망은 좋으나 경쟁이 치열하다.

▲카네비컴은 전자부품연구원으로부터 라이다 원천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싸게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완성차 제조사에 납품하기 전 산업용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2018년 산업용 라이다 양산에 성공했고 지하철 스크린도어, 횡단보도 등 스마트시티용으로 납품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라이다 매출은 1억6000만원이고 올해는 7월까지만 1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4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1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가 요구하는 기술 요구 수준을 맞추기 위한 R&D도 지속하고 있다. 라이다는 개발보다 양산에 들어가는 공력이 다른 부품에 비해 10배 이상이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하고, 대상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정확히 받아내야 거리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최근 광학전문가를 추가 채용해 광량, 초점 등 난제를 푸는데 집중하고 있다. 3년 내 라이다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양사업 진출 배경은 무엇인가.

▲목포해양대에서 기관학을 전공해 해양사업에 관심이 많다. 카네비컴은 e-내비게이션 선박 단말기, 조난 위치 발신 장치, 친환경 선박 배터리·동력계 등을 개발·제조·판매한다.

조난 위치 발신 장치는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시계 형태로 초고속 해상 무선통신망(LTE-M)을 활용한다. 조업하던 중 바다로 떨어지면 염분을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한다. 현재 어민을 대상으로 해양수산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매년 70여명 어민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나홀로' 조업선도 많다. 나이가 많으면 쉽게 선박에 올라오지도 못하는데 추운 날씨에는 10~20분 넘으면 동사 위험이 있다. 조난 위치 발신 장치를 차고 있다면 수색 범위를 좁힐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30년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사업이 처음부터 잘됐던 건 아니다. 첫 창업은 빛을 보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상선회사에 취직해 4년 6개월가량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1990년 퇴사했고 1991년 차량용 에어컨필터를 개발해 창업했다. 밤을 새가면서 제품을 개발했고 완성차 제조사, 부품사를 상대로 영업도 했다. 당시에는 애프터마켓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 순정 납품을 시도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둘째 아들이 어렸을 때인데 우유 살 돈도 없었다. 2년 만에 사업을 정리하고 1993년 대호상사를 창업했다. 카네비컴의 전신이다. 당시 개발했던 에어컨필터 특허를 내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카네비컴 상장 계획은.

▲지난해 기준으로 상장 목표 시점은 2024년이었다. 2022년 코로나19 종식을 예상했고 3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코로나19도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카네비컴 설립 이후 적자를 낸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서도 적자가 없었기에 충격이었다.

현재로서는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진 않을 방침이다. 휴맥스오토모티브 경영정상화와 카네비컴과의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한다. 앞으로 카네비컴이 개발하는 라이다, V2X, DCU 등과 휴맥스오토모티브의 전장부품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회사 비전과 경영 철학이 궁금하다.

▲카네비컴은 사고를 예방하고 사람을 보호하는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임직원에게도 늘 강조하는 얘기다. 다양한 센서와 통신 기술로 사고를 예방하고 사용자 편리성을 높이는 게 목표다.

회사 경영과 관련해서는 15년 전 한 경영자 선배에게 배운 대로 실천하고 있다. 회삿돈을 자신의 돈처럼 쓰지 않고, 다양한 분야 사람을 만나고, 사업을 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을 만나니 정보가 쌓였고 사업 아이템이 하나, 둘 보였다. V2X, 라이다, DCU 등 기술이전을 받기 위해 과감한 투자도 결정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으나 경영자로서 필요한 투자라 판단하고 추진했다. 시대에 맞게 회사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경영하며 은행에 대출을 낸 건 휴맥스오토모티브 인수 자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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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택 카네비컴 대표(왼쪽)와 이호준 전자신문 부장 <사진 박지호기자>

○정종택 카네비컴 대표는...


1985년 목포해양전문대학에서 기관학을 전공한 시스템 엔지니어다. 2014년 목포해양대 해양전자통신대학원에서 전자통신 석사를 전공했다. 1993년 대호상사를 설립해 차량용 애프터마켓 제품 유통과 장착 사업을 시작했다. 2001년 주식회사 카네비컴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제조업에 진출했다. 현대오토넷 내비게이션 국내 총판 사업, 메르데세스-벤츠 하이패스, 내비게이션 납품 사업 등을 수주하며 사세를 키웠다. 2012년부터 '뷰게라' 브랜드로 블랙박스, 내비게이션을 직접 제조·판매했다. 이를 캐시카우 삼아 V2X, 라이다, DCU 신사업에도 진출했고 최근 휴맥스오토모티브를 인수했다. 두 회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1496억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