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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지지율에서 역대 최악의 출발을 기록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인사와 조직, 그리고 주변 관리 실패다. 인사에선 '유능한 정부'를 표방했지만, 유능한 결과는 끌어내지 못했고, 오히려 국민 반발만 키웠다. 조직에서는 청와대에서 벗어나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했고 '슬림화'와 '부처 권한 강화'를 내세웠지만, 그에 따른 역효과는 간과했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영부인 김건희 여사와 일명 '건진법사',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하루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면서 국정동력을 갉아먹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인사쇄신과 조직 개편을 통해 윤 대통령이 내건 '공정'과 '상식'을 되살리고 경제 살리기를 위한 '규제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사 난맥은 여전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지만 국회가 원구성 협상에 실패한 터라 윤 대통령 부담은 덜했다. 20년 전 음주운전 논란이 불거졌지만 국민 대다수는 개의치 않았다. 문제는 교육이 아닌 행정전문가 교수 출신 인사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앉혔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교육정책 역시 미래 일꾼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전 부총리는 설익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외국어고등학교 폐지'를 추진하다 국민 반발에 부딪혔다. 자녀교육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박 전 부총리는 이 과정에서 대응을 제대로 못하면서 대통령 지지율 추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결국 자진사퇴했다. 윤 대통령 인사 실패의 대표적 사례다.

'아빠 찬스' 논란으로 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혐오발언 논란으로 물러난 김성회 전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과거 성희롱 발언으로 사퇴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있었다.

더이상 인사 실패는 정권에 위협이다. 한국갤럽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는 인사(24%)가 가장 높았다. 대통령실이 후보자 물색과 검증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도 맞추면서 유능한 후보자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후보자) 제안을 고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한적이 있지만, 정권 말기였던 것을 비춰보면,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 난맥은 심각한 수준이다.

◇조직 슬림화의 이면

장관급 고위직 외에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사적·지인 채용 논란에 시달렸다. 역대 정권처럼 별정직 인사 특성, 법적 기준을 충족했지만, 국민 거부감은 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계속된 지인 논란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당시 동행인, 나토 정상회의 순방 때 인사비서관 배우자의 전용기 탑승 및 동행 등 지인 논란이 불거졌던 상황에서 윤 대통령 친인척, 지지자의 자녀 등이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것을 국민은 곱게 바라보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실 규모를 축소하고 정부부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윤 대통령 공약의 그늘이기도 하다. 영부인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대통령실 내에는 제2부속실이 없다. 민정수석실 폐지로 인해 인사와 조직 컨트롤타워가 무너진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공약이던 특별감찰관 부활은 오리무중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소속 독립기관이다.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 비위 행위 등을 조사한다. 대통령실은 국회 추천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기술산업이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과학기술보좌관과 디지털혁신비서관을 폐지하고 이를 담당하는 수석실도 만들지 않은 것도 아이러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내각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총괄하고 있고, 대통령실 내에는 과학기술비서관이 있다. 어떤 방식이든 우려가 없도록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민간 중심 경제는 성과

성과도 있었다.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이다. 윤 대통령은 산업발전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확실한 기조를 가지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일자리 역시 공공이 아닌 민간이 앞장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역시 이 같은 기조에 발맞춰 기업이 경영하기 수월한 환경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일 확정 발표한 '6대 국정목표·120대 국정과제'를 보면, △탈원전 정책 폐기 △공공기관 혁신 △민간주도성장 뒷받침을 위한 재정정상화 등이 포함됐다. △미래전략산업 확보 △규제시스템 혁신 △에너지안보 확립 △주력산업 고도화 △완결형 벤처생태계 구현 등도 주요 과제로 추진된다.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경제계가 바라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한 사면·복권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녹록지 않은 세계 경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