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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ASA/JPL-Caltech

지난 2012년부터 화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버 '큐리오시티'가 최근 착륙 10주년을 맞았다. 로버는 화성의 척박한 환경에서 붉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바퀴는 이곳저곳 부서졌지만 지금도 홀로 탐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이하 나사)은 최근 로버 큐리오시티의 화성 착륙 10주년을 축하했다.

나사가 25억달러(약 3조원)를 들여 제작한 큐리오시티는 2011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공포의 7분'으로 불리는 화성 대기권 진입∙하강∙착륙 과정을 이겨낸 로버는 2012년 8월 5일 화성 땅을 밟았다.

애초 나사는 큐리오시티가 약 2년간 작동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로버는 이 같은 예상 수명을 크게 뛰어넘으며 10년이 지난 지금도 게일 분화구 샤프산 지역을 탐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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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 화성 게일 분화구 내 큐리오시티 위치가 표시됐다. (아래쪽) 큐리오시티가 착륙부터 현재까지 이동한 경로. 사진=NASA

큐리오시티는 그간 화성 탐사를 위해 지속적으로 이동하며 지표면 토양을 분석해왔다. 착륙 후 현재까지 이동한 거리는 약 29km, 게일 분화구 바닥 착륙 지점으로부터 고도 625m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다.

큐리오시티의 가장 큰 업적은 생명체의 구성 요소인 탄소가 함유된 유기분자를 찾아낸 것이다.

2018년 나사는 화성 표면에 있는 30억년 이상 된 암석 속에 여러 종류의 유기분자들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간 큐리오시티가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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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오시티가 지난 6월 20일 촬영한 화성 경관. 127개의 개별 이미지를 취합했다. 사진= NASA/JPL-Caltech/MSSS

탄소 원자를 포함하는 유기화합물은 생명현상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어 화성에서 유기화합물을 찾는 것은 40여년간 진행된 화성 탐사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많은 유기화합물이 생명현상과 무관하게 만들어질 수 있고 우주에서 생성돼 화성에 전달됐을 수도 있지만, 과학계에서는 화성에서 유기분자가 확인될 경우 화성에 과거 또는 현재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큐리오시티는 이 외에도 생명이 존재하는 데 필요한 메탄가스 등 자료를 확보하고 오래전 화성 땅에 물이 흐른 흔적을 발견하는 등 큰 업적을 남겼다. 나사에 따르면 큐리오시티가 현재까지 획득한 이미지는 무려 50만개에 이르며 지구로 전송한 데이터는 3000기가바이트(GB)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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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오시티 앞으로 펼쳐진 샤프산 풍경. 사진은 기존 흑백 이미지를 일부 수정했다. 화성의 하루 중 각각 다른 두 시간대의 흑백 이미지를 합친 뒤 파란색, 주황색, 녹색 등 색상을 더했다. 사진=NASA/JPL-Caltech

올 초 나사는 큐리오시티의 임무를 2025년까지 연장했다. 큐리오시티는 지금까지 호수에서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진흙이 풍부한 바위들을 조사해왔다. 앞으로는 샤프산의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해 염분 광물이 있는 황산염 함유 지역을 조사할 계획이다.

나사는 이 지역이 “과학적으로 매혹적”이라며 “수십억 년 전 화성의 기후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기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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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2012년 8월 6일 화성 게일 분화구에 착륙한 직후 큐리오시티의 모습 (오른쪽) 착륙 후 7년 이상이 지난 2019년 10월 11일 큐리오시티의 모습. 사진=NASA

나사는 올해 10살이 된 큐리오시티가 상당 부분 노후화되어 있음을 인정했다. 화성의 거친 지형은 로버의 바퀴에 지속적인 충격을 줬다. 나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바퀴의 속도를 조절하는 등 로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온 바 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 앤디 미시킨 박사는 “머나먼 화성으로 로버를 수리하러 갈 수는 없다”며 “이미 로버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큐리오시티는 언젠가는 힘을 잃고 그 자리에 멈춰 설 것이다. 큐리오시티 예상 수명은 14년으로, 나사는 로버가 앞으로 약 4년간 더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