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경찰 고위직인 '총경' 출신 전경 변호사를 선임했다. 가상자산 '패스토큰' 사건 피의자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장 등 주요 경찰 요직을 거친 K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하는 선임계를 제출했다. 총경은 경찰 조직에서 경찰서장, 해양경찰서장, 기동대장에 해당하는 계급이다. 사건을 선임한 대표 변호사는 2019년 '클럽 버닝썬' 사태를 진두지휘한 인물로 알려졌다.
선임계 제출은 유사 코인사기 사건에 비해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통상 변호사 선임계는 경찰의 출석요구서나 영장이 청구된 이후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전 단계에서 선대응을 개시한 것이다.
패스토큰 사건 피해자는 전경 변호사 선임 이후 경찰의 수사 진행이 눈에 띄게 지연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압수수색 등 영장 청구 과정에서 검찰 측이 수사팀 관할권 등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경찰서는 관할권을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고, 이후 8월 서초경찰서도 같은 이유로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현재는 대구지방경찰청이 수사를 맡고 있다. 다단계 범죄 조직은 전국 규모로 구성돼 있어 사건 이송 요구 등을 통해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경 변호사는 경찰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경 변호사를 상대한 적이 있는 한 경찰은 “동선이나 일정 등 수사 정보가 실시간으로 피의자에게 유출된 정황이 있다는 첩보가 있었다”면서 “결국 정보 유출 경로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내부에서도 서로 의심이 생기고 수사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코인범죄 전문가는 “경험 많은 코인 사기꾼이 사기로 벌어들인 돈으로 비싼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서 처벌을 빠져나가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면서 “수사와 기소에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몰수보전과 가처분도 늦어져서 피의자 증거인멸 및 자산은닉 시간을 벌게 해 준다”고 지적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