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
AI 홍수 예보 등 스마트기술 기반
재해 예보·대응 체계 구현 강조
전문가 "국정운영 능력 보여야"
취임 100일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수도권 집중호우라는 재난 앞에 컨트롤타워로서 역량을 보여줘야 할 때다. 24%까지 떨어진 지지율이 반등할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10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관련 대책회의'에서 이번 집중호우 피해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 5월 10일 취임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희생자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런 기상이변이 빈발할 것으로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며 대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전날 방문했던 서울 신림동 침수 사망사고 현장을 언급하면서는 “저지대 침수가 일어나면 지하 주택에 사는 분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불 보듯 뻔한 것”이라며 “국가 하천과 수계 관리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국가의 모든 물길에 대한 수위를 늘 모니터하고 시뮬레이션해서 즉각 경고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홍수 예보 등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물 재해 예보·대응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국정과제의 빠른 이행을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관계 부처와 지자체가 국가·지방하천 본류와 지류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물길에 대한 '홍수 위해 경고시스템'을 구축해 국민 인명과 재산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에 준비했다가 시 행정권이 바뀌면서 추진하지 못했던 배수조와 물 잡아주는 지하터널 등도 광범위하게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대국민 사과라는 카드까지 꺼내든 이유는 새 정부 출범 100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갖은 구설로 국정동력이 상실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국무위원 인사 실패, 대통령실 인사 논란,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더해 일부 장관이 설익은 정책을 강행하다 반토막 났다.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에서 복귀하면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자진 사퇴 형식으로 정리하고 '국민' '공감' '소통'을 강조했지만, 당일 밤부터 수도권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대응 과정에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이번 집중호우 피해 수습과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윤 대통령은 이번 일련의 상황에서 대선후보와 국정 최고책임자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것으로 본다”면서 “집중호우 수습은 대통령으로서의 당연한 책무이고,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이 사람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는 점을 어필하는 게 급선무다. 대통령 혼자는 할 수 없다. 정책과 인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