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다. 지난달 4일 윤석열 정부 첫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지 30여일 만이다.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임명됐던 박 부총리는 각종 의혹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결국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한 만 5세 입학 학제 개편안으로 사회적 혼란을 일으켜 경질됐다.
박 장관 사퇴로 윤석열 정부 내각에는 또 빈자리가 생겼다. 두 달 넘게 공석인 보건복지부에 이어 교육부까지, 핵심 사회부처 장관이 없는 초유의 상황이다. 초반부터 두 달 가까이 수장 공백으로 추진력을 상실했던 교육 당국은 다시 방향타를 잃게 됐고, 보건복지부는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하루 15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재유행이 심각해지는 가운데서도 수장이 없다. 이번 박순애 장관 사퇴로 사회관계장관회의 역시 당분간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사회 부처 정책을 총괄하고 조율할 사회부총리는 타 부처 장관이 직무대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현 정부의 인사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를 천명했다. 하지만 좁은 인재 풀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과 갈등만 키웠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모두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낙마했다. 100일도 안 된 정부에서 물러난 장관 또는 후보자가 벌써 네 명이다. 인사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검찰총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선임 등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추진은 고사하고 심각한 업무 공백이 우려될 지경이다. 인사로 부처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개혁 과제가 미뤄지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윤 대통령이 전면적인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거센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