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손보사 손해액 658억 달해
작년 7·8월 두 달보다 7.8배 많아
외제차 등 고급 승용차 피해 커
손해율 증가…실적 악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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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서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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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가 집중호우로 인한 자동차 침수라는 복병을 만났다. 8일과 9일 사이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하루 새 접수된 침수 피해가 47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손해액만 수백억원에 달해 손해율 증가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12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침수차 피해 건수는 4791건에 달했다. 추정 손해액은 658억6000만원에 이른다. 대형사에 피해 접수가 집중됐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시장점유율 상위 4개사에 접수된 피해 건수만 407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약 85%다. 4개사 합계 손해액만 559억8000만원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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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서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전날 퇴근 시간 무렵부터 서울 강남, 구로, 인천, 경기 부천 등 인구 밀집지역에 4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컸다. 이날 하루 새 접수된 피해 건수는 지난해 7월과 8월 2개월간 1101건에 비해 4.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 기간 발생한 손해액 84억원에 비해선 7.8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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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장마와 '다나스' '링링 '미탁' 등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침수와 비교하면 피해 건수(1만232건)는 훨씬 적지만 손해액만 놓고 보면 당시 343억원보다 315억원 이상 많다. 이번 피해가 외제차 등 고급 승용차가 많은 지역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포르쉐 등 외제차 피해 접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1억원 넘는 차량은 전손처리할 경우 차량 가액에 따라 7000만~8000만원에 이르는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비가 더 올 예정이어서 침수 피해 건수와 손해액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스란히 손보업계 손해율과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손보사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차량 운행이 줄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올 상반기에도 주요 보험사 손해율이 70%대에 머물며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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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장마가 이어진 9일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서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하지만 갑작스러운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상반기 번 돈을 모두 까먹을 처지다. 업계는 통상 손해율이 80%를 넘으면 자동차보험에서 적자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통상 장마 후 8월 중하순 내리는 비로 인한 피해와 가을 태풍 등으로 3분기 손해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앞으로 손해율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