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징벌적 상속세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 공익법인 주식출연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9일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공익법인 상속세제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완화 시 기부 촉진은 물론 기업 승계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수는 답보 상태다. 공익법인 계열회사 평균 지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한경연은 공익법인 주식 제한 규정 강화로 기업집단 공익법인의 활동이 위축됐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기부참여지수도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제 자선단체인 CAF가 발표한 2021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참여지수는 22점으로 114개 조사대상국 중 110위를 차지하며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기부 중 유산기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0.5%에 불과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다.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기업이 공익재단을 통해 지역사회나 국가의 사회적 과제를 발굴·해결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경연은 한국에서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제한으로 기업의 주도적 역할 수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차등의결권, 거부권부 주식발행,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 출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영권을 방어 혹은 승계할 수 있는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제도 장치가 제한적이라 원활한 경영권 승계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출연보다는 출연된 주식으로 공익활동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 공익법인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관련 공익법인의 재무 여건이 양호하므로 공익목적사업 지출을 늘리려면 주식 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상속세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관련 공익법인의 경우 5%에 대해서만 상속·증여세를 면제한다. 이 비율을 미국과 같이 모든 공익법인에 대해 2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동연 한경연 연구위원은 “제도적으로 기업승계 과정에서 과도하지 않은 부담을 지운다면 기업가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