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전파기술 진화와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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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영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전 세계 학생들이 배우는 '전자기학'은 전기장 및 자기장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전자기파 현상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학문이다. 하지만 전체 내용은 단 4개의 미분방정식으로 이루어진 맥스웰 방정식을 기반으로 설명될 수 있다.

맥스웰 방정식은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1865년에 발표한 '전자기장의 역학적 이론'에서 소개한 전기장과 자기장에 대한 8개 방정식에서 시작됐다. 전기장과 자기장의 파동적인 성질 및 대칭성뿐만 아니라 방정식을 이용해서 예측한 전자기파의 속력이 측정된 빛의 속도와 일치한다는 수학적 증명을 통해 빛도 전자기파임을 예측했다.

1873년에 출간된 맥스웰의 '전자기론'에서 기존 실험법칙들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했으며, 1884년 올리버 헤비사이드에 의해 벡터 개념을 도입한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돼 현재까지 전자기학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방정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필립스 파인먼은 맥스웰의 발견은 미국 남북전쟁이 큰 의미가 없는 지엽적인 사건으로 간주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위대한 19세기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맥스웰 방정식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가 수학적으로 가시화된 후 전파를 이용하는 다양한 기술 연구가 현재까지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스마트폰·사물인터넷(IoT)·만물인터넷(IoE) 등과 같은 무선 통신 기반 기술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 레이다, 항행, 방송, 센서,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파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6G 통신 기술에 이르기까지 끝을 알 수 없는 전파 기술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은 1990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와 함께 전파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6개 대학에 전파공학과 신설 및 고가의 전파 장비를 마련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을 통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전파 관련 전문 인력을 배출할 토대를 마련했다. 이때 양성된 전문 인력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 다양한 전파 관련 기술 및 각종 산업에서 전파 분야의 국가기술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했다.

하지만 그 이후 전파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재정 지원 및 관심도가 지속적으로 감소, 최근에는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전문 인력의 수급난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전파 관련 과목은 많은 공학도가 어려워하는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전자기파 현상에 대한 물리적 이해뿐만 아니라 전자기파 이론 기반의 분석을 수행하기 위한 복잡한 수학적 이해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편 컴퓨터 연산 능력의 비약적인 발전과 전자기파 해석 관련 상용 툴의 등장으로 복잡한 수학적 연산을 요구하는 전자기파 문제를 상용툴을 이용해서 손쉽게 해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적 변화는 전자기파 현상에 대한 물리적·수학적 이해보다 상용툴 사용법을 먼저 익히고자 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현상을 초래했다.

컴퓨터 연산 능력과 상용툴의 발전은 더욱 쉽게 다양한 전자기파 문제를 해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지만 전자기파에 대한 물리적·수학적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전자기파 해석은 결과 분석 능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전파 산업 분야의 국가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는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제공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전파공학에 대한 관심 증대 및 전파 분석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상용툴을 이용해서 다양한 전자기파 현상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동시에 전자기파 이론을 기반으로 물리적 현상을 분석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학생들은 실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전파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전파공학이 추상적인 학문이 아니라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부와 학교의 노력은 앞으로 첨단 전파 산업 분야를 선도할 우수 인재를 배출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경영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kyjung3@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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