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CHIP-Plus Act)이 이달 발효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중국 견제 움직임에 한층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9일 '반도체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미국의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520억달러(약 68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에 총 240억달러 규모의 세금 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 서명 후 즉시 발효된다.
미국은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법에 '가드레일' 조항을 담았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 대상으로 중국에서의 반도체 생산·증산 투자를 금한다. 반도체법이 시행되면 첨단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의 마찰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자국산 메모리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 공정에는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장비가 투입된다. 첨단 제품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 공급을 끊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전략이다.
로이터는 미국의 규제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십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중국에 생산 설비를 구축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요 장비를 확보하지 못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는 또 한국 증권업계를 인용, 삼성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물량이 글로벌 시장의 15%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중국 공장에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공급량이 줄어 시장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